부동산
변창흠, 부동산정책 전환 언급없이…"설 명절 전 공급대책"
입력 2020-12-29 17:37  | 수정 2020-12-29 23:03
29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충우 기자]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하겠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차질 없는 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변 장관은 "서울 시내에 저밀 개발되어 있는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서울 도심에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여기에 도시계획과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공공 디벨로퍼가 민간 주체들과 협력하는 모델을 적용하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공급 방안은 내년 설 명절 이전에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변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극심한 전세난 해결이다. 지난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30% 올라 68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서울은 0.14% 올라 78주 연속 상승하는 등 상승 추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집값 안정이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는 '수요 억제'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출규제와 증세, 규제지역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수요 억제책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세 번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현 정권은 지금까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과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에 더해 과격한 공시가 현실화 등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세금 폭탄만 안겼다. 그뿐 아니다. 지나치게 잦은 대책 발표는 국민들이 웬만한 규제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도록 만들어버렸다. 최근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마다 주변 비규제지역의 주택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변 장관이 제시한 해결책은 질 좋은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다.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면 전월세난과 집값 상승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자연스레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변 장관이 제시한 '준공업지역 내 공급'은 막상 찾아보면 주택 공급 용지가 많지 않다. 변 장관은 서울시 준공업지역이 약 10만가구가 들어선 분당신도시와 비슷한 20㎢(약 604만평) 규모라고 했지만, 전체 서울 준공업지역의 약 절반이 몰려 있는 금천·구로구 내 준공업지역엔 구로·가산 디지털단지, 군부대, 기계 공구 상가가 이미 들어선 상태다.
서울 저층주거지 111㎢(약 3300만평)를 '중층 고밀 주택'으로 개발한다는 정책도 한계가 있다. 해당 용지와 인근 저층주거지를 묶어 재개발하면 더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데, 저층주거지를 소규모 필지로 묶어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층주거지 중층 개발은 주택 공급의 보완정책일 뿐 핵심정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역세권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지하철역이 307개고 역세권 면적을 500m로 보면 서울 면적의 반 정도"라며 "현재 역세권 밀도가 160%인데 역과 가까운 곳의 용적률을 300% 이상으로 올려도 되지 않냐"고 말했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이미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역 반경 350m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 경우 도로가 갖춰지지 않은 곳까지 대상지에 포함돼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의 한 종류인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등은 입지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고 이미 계획된 공공임대 물량을 형태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 방향을 확 바꾸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지 못하면 전임 장관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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