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안 바뀐 게 없다지만, 내년 1월 25일 치러지는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는 180도 바뀌었다. 변협 역사상 최초 전자 투표를 도입한 데다 유세도 '비대면 유세'로 바뀌었다. 일부 유권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 자제' 안내문을 붙였지만, 후보들은 경쟁자의 현장 유세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호 5번 박종흔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주변 길거리 홍보에 나섰다. 법조타운이지만 길거리에서 유권자인 변호사를 만날 확률은 크진 않다. 그럼에도 몇몇 변호사들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박종흔 변호사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매일경제가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교대역 출구에서 길거리 홍보 중인 박종흔 변호사를 만났다. 박 변호사의 경력은 A4용지 한 장이 넘을 정도로 많고 화려하다.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이력은 '13년간 다양한 분야의 변협 회무 경력'이다. 변협에 대해 작은 것 하나하나 가장 잘 아는 후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변협 총무위원을 시작으로 변협 총회대의원, 변협 개혁위원회, 변협 총회 예산결산위원회 부위원장, 변협 변호사연수원 운영위원회, 변협 제1교육이사, 변협 재무이사 및 재무위원회 위원장, 변협 인권위원회, 현 세무변호사회장 및 5대 전문변호사회 운영위원장 등 변협 집행부의 변경에도 쉬지 않고 총 13년간 변협 회무 일을 지속해 왔다. 그는 "협회장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아 협회장으로 당선되고 업무 적응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13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변협 회무를 경험한 저는 당선 직후 바로 협회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게 '돈도 되지 않는 협회 활동'을 꾸준히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협회에서 외국 협회와의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며 "13년간 변협 활동을 하면서 '눈뜨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업계와 협회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회비를 줄이겠다는 달콤한 공약은 내놓지 않겠다"며 "오히려 협회비 증액이 일정 부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의 당면 과제로는 직역수호가 손꼽힌다. 최근 변호사와 세무사가 업무 영역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변호사가 납세자 장부작성 등 세무사의 세무 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놓고 국회 입법 경쟁이 붙붙었다.
박 변호사는 이미 5년 전부터 직접 소송을 제기하며 법률직역 수호활동을 추진해왔다. △변리사회 의무가입을 규정한 변리사법 제1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2020헌바56) △변리사 의무교육 미이수 과태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2932) 등이 있다. 그는 "돈이 없어 변리사 의무연수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변호사는 당연히 변리 업무를 할 수 있으므로 위헌적인 변리사법을 깨기 위해 일부러 당사자(원고)가 되기 위해 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아 징계 받았고, 일부러 의무교육 미이수로 과태료를 부과 받고 불복하는 소송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판·검사 전관 출신이 아닌 이른바 '순수 재야 출신'이다. 그는 199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 1992년 군법무관 제10회 합격, 1999년 사법시험 제41회 합격,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하고 2002년부터 바로 변호사로 개업하여 변호사로서만 외길을 걸어 왔다. 그는 "저는 청년변호사들의 고충, 개업변호사들의 생계문제, 고용변호사들의 처우 등 변호사들이 처한 상황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공감할 수 있다"며 "판·검사 출신인 다른 후보들과 달리 고위전관 출신 개업금지 정책을 추진하여 전관예우를 척결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을 금지하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대한변협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는 로스쿨 출신 젊은 변호사들이다. 이들이 변협 회원 3만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 박 변호사는 2007년부터 중앙대 법대에서의 강의를 시작으로 한양대 법대, 중앙대 로스쿨, 한국외대 로스쿨, 서울대 로스쿨에서 공정거래법, 소비자법, 법문서작성, 리걸클리닉, 법조윤리를 강의했다. 현재는 서울대·중앙대 로스쿨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수백 명 이상의 청년 제자 변호사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그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제가 변호사 직역침탈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이를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로 삼은 배경에는 로스쿨 교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관심사는 외국인 노동자와 북한 인권이다.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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