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상돋보기] 자선냄비 발길도 '뚝'…온정도 거리두기?
입력 2020-12-28 19:19  | 수정 2020-12-28 20:44
【 앵커멘트 】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기부의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줄어든 외출에 자선냄비를 향한 발걸음마저도 끊긴 건데요.
오늘 세상돋보기에서는 얼어붙은 나눔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유호정 기자입니다.


【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거리를 지키는 구세군 자선냄비, 이곳에도 코로나19는 찾아왔습니다.

작년엔 전국 350곳 넘게 설치됐던 자선냄비가 올해는 250곳으로 대폭 축소됐고,

단체 자원봉사를 받지 못하다 보니 자원봉사자 수도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여파가 큰 건,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외출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위축된 기부의 손길, 어느 정도인지 자선냄비 자원봉사에 직접 참여해봤습니다.

-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어려운 이웃에겐 큰 힘이 됩니다."

광장에 사람이 없어 유난히 크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몇 없는 행인들도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 인터뷰 : 유창규 / 자원봉사자
- "횡단보도만 봐도 예전에는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되는 수준. 작년 사람이 많았을 때는 횡단보도 한 번 신호 오면 두 세 명 정도는 기부를 해주셨는데…."

2시간 동안 모금에 참가한 사람은 20여 명.

이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습니다.

종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실내에선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유동인구가 조금은 있을 걸로 예상했던 퇴근시간 지하철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모금액을 늘리기 위해 QR 코드나 카드 결제 등 현금이 없어도 기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까지 집계된 모금액은 16억 8천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온정을 간간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힘들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시민부터

▶ 인터뷰 : 정순애 / 서울 강북구 수유동
- "저도 잘살진 않아도 조금씩 해요. (가족을) 간병인에 맡겨놓고 집에 보일러가 터졌다고 해서 가는 길…. (힘든 상황이라) 기부할 기회가 없었는데, 조금이라도 그냥 지나치기가 서운해서…."

이미 나눔이 습관이 된 시민들까지.

▶ 인터뷰 : 송재인 / 서울 성북구 길음동
- "매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어요. "

▶ 인터뷰 : 오다희 / 서울 성북구 보문동
- "매년 구세군 할 때쯤 되면 ATM에서 돈을 찾아놓거든요. 요즘같이 추운 날에 집도 없으시고 추위에 떨고 계신 분들한테 쓰였으면 좋겠어요."

며칠 남지 않은 2020년, 구세군 자선냄비는 여전히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돋보기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석호·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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