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나리', 골든글로브 작품상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인종차별 논란
입력 2020-12-24 10:48  | 수정 2020-12-31 11:03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내년 2월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보도에 아시아계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현지시간 22일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출품작에 대한 연례 심사를 마쳤다며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는 아카데미보다 먼저 열리며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립니다.

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에도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의 영화 '페어웰'이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SNS에서 버라이어티의 뉴스를 인용하며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캐나다 방송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어쨌든 외국 영화라고 슬프고 실망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인 시무 리우 역시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그것보다 더 미국적인 게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도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인종차별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SNS에는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데에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으며, 브래드 피트의 A24가 제작한 미국 영화입니다. 역시 이민자인 배우 스티븐 연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매년 1월 열리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미뤄 내년 2월 28일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후보는 같은 달 3일 발표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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