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본 수험생 10명 중 3명이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 응시 과목이 된 한국사는 수험생 학습 부담을 줄이고자 매년 쉬운 난도로 출제됐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선 한국사 20번 문제 등이 "쉬워도 너무 쉬웠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등 등급 뿌리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2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21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 1등급 비율은 34.32%로 전년도 수능보다 14%포인트나 높았다. 한국사 1등급 비율은 2017학년도 21.77% △2018학년도 12.84% △2019학년도 36.52% △2020학년도 20.32% 였다.
보통 한국사는 필수 응시 과목이여서 해마다 평이하게 출제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학도 한국사에 대한 점수 반영을 크게 두지 않고 있다. 다만 2021 수능에서는 마지막 20번 문제가 지나치게 쉬운 문항인데 3점으로 출제되면서 '보너스 문제' '쉬운걸 넘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수험생들의 경험담이 온라인 상에서 회자가 됐다.
이번 수능 한국사 20번은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였다. 제시된 보기 지문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다룬 연설문이었다. 여기서 논란이 된 지점은 정답을 고르라며 나온 선택지 5개 중 1~4번이 모두 현대사회를 벗어난 시대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대목이다. 1번 당백전 발행, 2번 도병마사 설치, 3번 노비안검법 시행, 4번 대마도(쓰시마섬) 정벌 선택지 모두 현대사와 관련 없는 고려·조선시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정답은 5번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이었다.
입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나는 반응이 많다. 한국사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맞출 수 있는 정도로 쉬운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한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는 본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보통 학생들은 수능 한국사 준비에 많은 학습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면서 "대개 한 번, 두 번 정도 교과서나 문제집을 훑는 정도로 준비하고 시험에 임할 정도로 쉬운 편인데, 이번 한국사에선 20번 문제가 쉬워도 너무 쉬웠던 탓에 논란이 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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