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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美 `부동산 업계 아마존` 질로우, 주가 3배 `껑충`…폭풍 성장 배경은
입력 2020-12-21 08:16  | 수정 2020-12-21 08:34
안녕하세요?
지난주 '자이앤트 레터(GIANT LETTER)' 출범 이후 보여주신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칭찬보다는 발전을 위한 지적을 더 환영합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업을 하나 소개할께요. 질로우(Zillow)라는 부동산 앱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질로우닷컴에 올라온 주택 매물 샘플입니다. 집 사진을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로 연결됩니다. [출처=질로우닷컴]
저는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미국 뉴욕 인근에 거주할 집을 물색했었는데요.
당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거의 마비됐을 시기였죠.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은 집을 보여주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하지만 질로우는 신세계였습니다. 매물 주소만 알면, 대부분 주택 내부 사진은 물론 적정 가격, 매매/임대 거래 내역, 적정 매매가, 적정 임대료, 모기지 상환 추정액, 매물 담당 부동산 브로커(listing agency), 인근 공립학교 초중고 평점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질로우 매물 소개란에 붙어 있는 학군 정보. 자녀가 있는 학부모라면 가장 편리한 정보입니다. [출처=질로우닷컴]
일부 매물은 3차원 소개 동영상이 첨부돼 있기도 합니다.
일단 이렇게 훑어보고 나면, 직접 보지 않아도 해당 집에 대한 그림이 눈에 그려집니다.
미국에서는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경우가 많은데요.
질로우로 한번 집 내부를 보고 가는 것이 암묵지가 되기도 합니다.
대문, 주차장 위치 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집 내부 사진까지 보여주는 질로우닷컴 매물 정보 [출처=질로우닷컴]
아쉽게도 질로우 앱은 국가설정이 한국으로 된 휴대폰에서는 깔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구글에 집주소만 치면, 거의 첫 화면에 질로우의 해당 집 소개 링크로 연결되니까요.
집을 구하려는 마을, 희망 가격대 등을 설정해두면 수시로 이메일로 추천 매물들이 올라옵니다.

질로우에서 개략적인 정보를 확인한 뒤 구글맵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 구글 어스(Google Earth) 의 위성사진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브로커에게 연락을 해볼 만한 곳인지 감이 잡힙니다.
저도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계약을 마쳤습니다.
질로우닷컴에서 지역을 설정해서 검색하면 이렇게 지도 위에 매물리스트가 표시됩니다. [출처=질로우닷컴]
팬데믹 이후 뉴저지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Seller's Market) 현상이 더 심해지며, 신속한 매물 동향 파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질로우닷컴일 정도였죠.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질로우는 한번쯤은 꼭 보게 됩니다.
미국의 전체 주택 수는 1억 3964만 채(2019년 기준)입니다.
질로우는 이 중 96.7%에 해당하는 약 1억 3500만 채의 주택정보를 갖고 있죠.
거의 미국의 모든 주택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질로우는 단순 매물 정보뿐 아니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리모델링 등 다양한 서비스로 관련 생태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죠.
제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 사태는 달려가던 질로우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팬데믹 시대 직접 매물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자 시장은 더더욱 질로우에 더 의존하게 됐죠.
질로우그룹 계열사 현황. 질로우그룹은 2015년 2월 최대 경쟁자였던 트룰리아(Trulia)를 3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출처=질로우닷컴]
2020년 1~9월까지 질로우 매출은 25억 5086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억 415만 달러에서 2억 815만 달러로 소폭 늘어났습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3분기(7월~9월)에는 3957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이 회사를 단순한 부동산 관련 서비스 기업이라기보다 넷플릭스처럼 컨텐츠 서비스 기업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미디어 회사인 셈이죠.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지만 주택 부분 매출 비중은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주택 부문 매출 비중(2020년 1월~9월)이 55% 인데 비해, IMT(Internet Media and Technology) 분야 매출 비중이 40%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에는 미국 전역에서 부동산 매물 부족 현상이 빚어지며, 주택부문 매출이 감소했고, IMT 매출이 부동산 매출의 2.2배로 커졌습니다.
잠재 고객을 발굴하려는 중개인들이 내는 광고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욕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질로우는 너무 높은 광고료를 책정해, 렌트 거래 중개의 경우 거래가 성사되어도 질로우에 주는 광고료가 커서 남는 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질로우 현황 [출처=질로우닷컴]
3분기 질로우닷컴 방문자수는 28억 명이었습니다.
하루에 약 3000만 명이 방문했다는 뜻입니다. 질로우닷컴을 자주 방문하는 질로우 스크롤러(Zillow Scroller)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네요.
미국인 10명 중에 1명은 매일 질로우닷컴을 접하는 셈입니다.
프롭테크(PropTech: Property+Technology, IT를 활용한 부동산 서비스산업)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질로우는 IMT 분야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프롭테크 분야를 이끌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죠.
미국 전체 주택의 96.7%에 대한 정보는 직접 취득한 정보가 아니라 간접 취득한 정보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각 지역마다 MLS(Multiple Listing Service)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 특화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들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약 500개 이상의 MLS가 있죠.
예를 들어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경우 지역 내 가장 정보가 많은 NJ MLS로부터 1차 정보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별로 존재하던 정보를 전국적으로 통합, 주택 정보 시장에서 '연방국가'를 건설한 셈이죠.
질로우닷컴의 강점인 자체 감정가격 서비스인 `제스티메이트`(Zestimate) 샘플입니다. 샘플을 보시면 매매, 렌트에 대한 감정가가 나와있고, 지난 30일간 가격 변동, 과거 `제스티메이트` 히스토리가 나옵니다. [출처=질로우닷컴]
이렇게 '연방국가'를 설립한 이후에 '연방법'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제스티메이트'(Zestimate)라는 일종의 주택감정시스템입니다.
아파트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개인주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부동산 가격 산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케바케(Case by Case)'로 개별적인 산정이 불가피합니다.
질로우는 이런 시장에 방대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스티메이트'라는 지표를 도입했습니다.
제스티메이트는 주택별로 적정 매매가, 렌트비를 산정해주며 시계열로 시기별 변화 추세 데이터까지 제공합니다.
질로우그룹 주식은 A주(ZG), C주(Z)가 각각 나스닥에 상장돼 있습니다.
C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입니다.
질로우 A주(ZG) 주가 그래프 [출처=질로우닷컴]
A주, C주 주가 흐름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연초 45달러였던 A주는 3월에 2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상승하며, 지난 18일 종가는 140.1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C주 역시 연초 45달러였고, 3월에 2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지난 18일 135.2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분석 커뮤니티인 시킹알파(SeekingAlpha)에 따르면 A 주에 대해 월가 애널리스트 24명 중에 8명이 적극매수, 4명이 매수, 9명이 중립의견을 표시했습니다. 매도의견은 3명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질로우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이스크롤링'(joyscrolling)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단어는 코로나 시대에 우울한 뉴스만 계속해서 확인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의 반대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특별히 집을 사거나 렌트할 일이 없어도 질로우닷컴을 보면서 만족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뜻이죠.
가상의 여행을 떠난다고 할까요.
또 다른 삶은 꿈꾸며 계속해서 질로우닷컴 근처를 떠나지 못하는 '질로우 스크롤러'가 늘어나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듯 합니다.
이는 에어비앤비(Airbnb) 가 코로나 직후 80%까지 예약이 줄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모바일 폰에서 특별한 목적지, 시기도 없이 에어비앤비 앱을 켜고 눈요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나기도 하구요.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삶 속에서 새로운 심리적 힐링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질로우,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 위에 사는 '조이스크롤러'(joyscroller) 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사를 염두에 두고 질로우에서 조이스크롤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이스크롤링을 하다가 이사를 하는 케이스가 많아질 것 같네요.
질로우의 향후 주가는 조이스크롤러가 얼마나 빈번하게 활동하느냐에 좌우될 것 같습니다.
[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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