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 준법委 평가보고서 공개…전문심리위원 평가는
입력 2020-12-18 23:03  | 수정 2020-12-18 23:1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미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보고서가 공개됐다. 재판부 직권으로 지정돼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강일원 전문심리위원(전 헌법재판관)은 "현재로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준법감시위원회가 최고경영진에 대해 폭넓은 준법감시 및 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세 명의 전문심리위원들에게 요청해 작성토록 한 전문심리위원보고서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의 동의 하에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재판부가 지정한 강 전 헌법재판관, 특검 측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 등 세 명의 전문심리위원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강 전 재판관은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이 선정한 위원에 비해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 보고서에서 밝힌 의견이 주목된다는 평가다.
세 명의 심리위원들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에서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또 조직 구성과 사측의 지원, 여론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지속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대해 "준법감시위원회는 회사 밖의 기구로 협약에 가입한 관계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해 폭넓은 준법감시 및 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초대 위원장과 위원들은 관계사나 최고경영진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로서 위원회를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준법감시위의 활동으로 관계사 내부 준법지원조직의 역할이 확대됐고, 회사 내 준법문화 향상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준법감시위는 피고인의 4세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고 했다.
다만 "준법경영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계사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제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없는 점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준법위가 권고한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수립'을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에 대해 "그 결과에 따라 위와 같은 미비점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회는 관계사 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위원회이므로 관계사의 의사에 따라 해체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준법감시위원회의 조직과 구성, 최고경영진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의 관심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구성된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끝으로 "재판부의 권고로 준법감시위원회가 구성되고 관계사 및 계열사의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며, 그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최고경영진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이 지정한 위원인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원회는 만들어진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경영진 준법의무 위반에 대한 리스크 유형화 등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있다"며 "외부컨설팅을 맡겼다고는 하나 전문심리위원 점검시점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점검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법감시위원회 탈퇴가 각 계열사의 서면통보만으로도 가능하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야만 위원 선임을 할 수 있으며, 예산배정 중단이나 사무국 직원 보직변경 등을 막을 실효적 방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법감시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측이 지정한 위원인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인적 구성이나 예산을 볼 때, 그 역할을 수행할 만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위원회의 권고나 조치요구를 총수 등 최고경영진이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는 것이 공개될 경우 그 자체가 국내 외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고, 총수 등 최고경영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서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법적 강제력 못지않은 사실상의 강제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보고서를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판단 주요 근거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특검과 삼성 측이 준법위 활동 평가에 대한 추가 의견진술을 진행한다. 결심기일은 이날 확정되며 예정일자는 30일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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