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리트리버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유명하다. 최근 롯데마트 잠실점이 교육중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고 무례하게 대처해 논란을 빚으며 주목받은 견종이다. 세인트 버나드는 알프스에서 길 잃은 여행자를 구출하는 스위스 구조견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네발로 걷거나 뛰어다니는 구조·돌봄 로봇이 골든 리트리버와 세인트 버나드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경기도 일산)에서 구조·돌봄 로봇으로 활약할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공개했다.
스팟은 세계적인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15년 선보인 소형 상업용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에서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스팟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스폿을 연구용으로 보유한 연세대학교에 의뢰, 시연회를 마련했다. 스팟은 국내에 4~5대 정도 있고, 이 중 2대가 연세대에 있다.스팟은 이날 인지기술을 활용해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피해서 걷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모터가 달린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캉캉 춤도 추고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몸을 비비 꼬며 애교도 부렸다.
현재 스팟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시각장애인 안내용이나 인명구조용 등으로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이 자동차나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 투입하는 건설 작업 도우미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킹스맨:골든 서클'에 나오는 '킬러 로봇개'와 모습은 닮았지만 활용법은 딴판이다.
스팟 시연 장면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스팟은 소니가 지난 1999년 선보인 로봇개 '아이보(동반자)'보다 더 진일보했다. 아이보는 터치에 반응하고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반려견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로봇기술로 보면 '장난감 로봇' 수준으로 밀려났다.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스팟'과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 등을 운용하기 위해 개발한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의 기술을 모빌리티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차·도심항공 모빌리티(UAM)·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개발 역사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그룹사 측면에서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첨단 기술 선도 그룹으로서 로봇을 재난 구조나 의료 케어 등 공공의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구조·돌봄 로봇 개발 가능성을 비친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11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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