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대책 또 대책'으로 점철된다. 하지만, 대책 발표 횟수 만큼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 과열 지역을 규제로 옥죄면 투기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어김없이 발생했고,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새 임대차법은 되레 전세난 가중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작년 말 수요 억제책으로 꼽히는 '12·16대책' 발표 이후 서울,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지만, 곧 상대적으로 규제 여파가 덜한 경기 수원, 용인, 성남 등지로 투자수요가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수원, 안양, 의왕 등 집값 급등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2·20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30%로 더 낮추며 대출을 조였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투기 수요는 다시 인천, 경기 군포·안산, 대전 등지로 옮겨가 이들 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정부는 접경지역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6·17대책'으로 응수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다.
또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면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처분하고 전입하도록 했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를 기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모든 거래로 확대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 등 증빙서류를 첨부토록하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했다.
'6·17 대책'발표 당시 생각치 못한 고강도에 우려했던 시장 침체는 기우에 그쳤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7·10 대책'이다.
'7·10 대책'의 골자는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것으로, 다주택자에게 실거주 이외 주택을 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당시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던 등록임대제를 손보기로 하고 단기임대와 아파트 매입 장기임대를 폐지했다.
정부가 공급이 아닌 수요 억제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시장의 지적에 '5·6 대책'과 '8·4 대책'이 나왔다.
이들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13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고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에 파격적인 용적률·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유인책도 함께 내놨다.
전세시장은 7월 말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전격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부터 오히려 급격히 불안해졌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크게 늘면서 시장에서 전세물건이 자취를 감췄고 2년 만기 시 5% 이내 보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전월세상한제'로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임대인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치솟았다.
예상치 못한 시장 반응에 다급해진 정부는 가능한 주택을 최대한 끌어모아 2022년까지 11만4000가구 이상의 전월세 주택 공급을 뼈대로 한 '11·19 전세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 발표 직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제시된 전세대책이 현재의 전세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전세물건 품귀에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서울 세입자들의 고민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난에 지친 수요가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면서 중저가 주택 밀집지 집값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조성신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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