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테슬라, 이렇게 허술했나"…모델X 화재, `안전불감증`으로 확산
입력 2020-12-14 16:45  | 수정 2020-12-21 18:06

지난 9일 오후 9시43분께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SUV인 모델X가 벽면에 충돌한 뒤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씨(60)가 숨졌다. 운전석에 있던 대리 운전기사는 살아서 나왔지만 윤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차 안에 남았다. 주차장 직원이 문을 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뒷문은 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여닫는 팔콘 윙 구조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기존 장비로 뜯는 데 애를 먹었다. 소방대원들이 특수 장비로 뒷좌석 문을 강제로 열었지만 차주를 살리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 사고를 두고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모델X에 적용한 도어 핸들 방식에 치명적 안전 결함이 있어 구조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모델X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자인도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해 도어를 여는 핸들이 차체에 매립되는 '플러시 타입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을 적용했다. 또 기계적인 연결 없이 전기 스위치 방식으로 도어를 열 수 있게 구성됐다.
문제는 충돌 뒤 화재로 전원이 차단될 때는 외부에서 손잡이인 핸들을 잡아 당겨 도어를 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땐 창문을 깨야만 탑승자를 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비상 상황 때 승객 구조를 위해 도어를 언제든 열 수 있도록 제작된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충돌 시 차체 구조 기준'에는 모든 차량이 충돌 후에도 좌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충돌사고 및 화재로 승객 구조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 충돌 때 잠금 해제(CRASH UNLOCK) 기능을 통해 도어 잠금 장치를 풀 수 있도록 만든다.
도어 잠금장치(래치)와 케이블 등을 통해 기계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적용, 차량 전원 상실 여부와 상관없이 수동으로 핸들을 조작해 도어를 열 수 있게 제작한다.
모델X처럼 플러시 타입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을 적용한 현대차 넥쏘도 잠금장치와 기계적으로 연결돼 충돌·화재 등으로 전원을 작동할 수 없을 때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테슬라 도어 문제는 또 있다. 테슬라 모델들의 뒷좌석은 전원차단 때 기계적으로 문을 여는 장치가 내부 도어 핸들에 없고 좌석 아래나 스피커 커버 안쪽 등에 숨겨져 있다. 개폐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구조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테슬라는 차량 자체 보다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겨냥한 혁신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과 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다고 알려졌다.
테슬라가 혁신은 '최고' 수준이지만 차량으로서 품질은 '최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것과도 관련있다.
문제는 차량 품질은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차량을 만든다면 품질 향상과 안전성 향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과 달리 차량 품질은 탑승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준다. 품질과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그 순간 차량은 사람을 해치는 '달리는 흉기'로 돌변한다.
법원은 모델X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고 차를 보내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과수에서 도어 핸들 문제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차량 전반에 걸쳐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소방당국에 제공할 '사고 대처 구조 매뉴얼'도 마련해야 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차량 충돌테스트를 통해 도어가 사고 후에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은 없는지 파악하고 이를 정비 매뉴얼로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고나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소방당국이 정비 매뉴얼을 인명 구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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