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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난쟁이 서울` 만드는 세운지구 높이 규제
입력 2020-12-13 16:58  | 수정 2020-12-13 22:21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인근에 노후화된 주거·상업용 건축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세운재정비촉진구역 전경. [이승환 기자]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해제지역을 7층(30m) 이하로 제한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시대에 역행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0m 높이 제한 자체가 도심 개발 트렌드에 역행하는 데다,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을 맡은 세운4구역이 종묘를 가린다는 이유로 건물 높이를 70m로 낮췄던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3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존치관리구역(해제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큰 도로와 접하는 땅(간선부)은 7층(30m) 이하로,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이면부는 5층(20m) 이하로 하는 높이 제한 계획을 세웠다.
현재까지 세운지구 내에 적용된 고도 제한은 70m 수준으로 세운4구역이 그 대상지다. 세운4구역은 2009년 최고 36층, 높이 122.3m 복합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세워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했으나 문화재청 심의에 막혀 장기간 표류했다. 세운4구역 북측에 위치한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종묘 문화경관을 고려해 높이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결국 건물 높이는 5년간 심의를 거쳐 72m까지 대폭 낮아졌다.
서울시 높이 제한 계획을 접한 세운2구역 관계자는 사실상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세운2구역은 세운4구역과 세운상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곳으로 이번 서울시 높이 제한 계획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광익 세운2구역 개발위원장(57)은 "종묘 바로 아래에 있는 세운4구역도 70m까지 짓는데 어떻게 세운2구역이 그보다 강하게 높이 제한을 받느냐"고 했다.
높이 제한은 사실상 용적률 제한으로 이어져 서울시가 세운 개발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세운2구역은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상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 상한선 800%를 적용받는 곳이다. 7층 제한은 일반적으로 저층 아파트가 들어선 2종 일반주거지역에 적용하는데 이 경우 용적률 상한선은 200%여서 이론적으로는 같은 건물을 짓더라도 높이 차이는 4배까지 나게 된다.
보존형 개발의 의미를 기계적인 층수 제한으로 접근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지난 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을지로2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1·3·6·18지구' 에 보존형 개발을 적용하는 동시에 기존 67m 건물을 89.9m 건물로 더 높게 짓는 정비계획을 승인했다. 보존형 개발을 추진하는 영등포 대선제분 역시 기존 구조물(사일로)을 살린 채 고밀개발을 추진하는 사례 중 하나다.

서울시는 분할된 세운2구역 35개소 통개발 역시 불가하다는 입장인데 이 또한 을지로2가 사례와 상충한다. 을지로2가 1·3·6·18지구는 분할된 획지를 통합하는 동시에 금융사박물관, 유구전시관 등 도심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광수의 '무정' 등을 발간한 한국 근대기 서점 중 하나인 회동서관 문화관도 조성해 보존형 개발계획을 거시적으로 짰다.
서울시 관계자는 "높이 제한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해제지역 높이 규제는 전문가 논의에서 거론된 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높이 제한이 미관상 문제 때문이라면 부채꼴 형태 건물 등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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