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약·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이전에서 공동 R&D로 진화
입력 2020-12-12 11:17  | 수정 2020-12-19 11:36

과거 바이오벤처의 신약 후보물질을 규모가 큰 제약사가 기술이전받아 개발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성과가 나타냐는 가운데, 최근에는 공동 연구·개발(R&D)로 협력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협력의 범위가 개발에서 연구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뮨온시아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면역조절 항체 결합체(AIC)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두 회사는 이뮨온시아의 항체를 레고켐바이오의 고유 항체·약물 결합(ADC) 기술과 접목하는 방식으로 신약 후보물질들을 도출하고, 이 물질의 전임상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AIC는 항체에 면역조절 약물(Immune-modulator)을 결합해 종양에 특이적으로 면역 반응 활성을 유도한다. 항체에 암세포를 살상하는 톡신(toxin)을 결합한 ADC와 유사한 형태다. 최근 AIC에 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볼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AIC 신약 후보 BDC-101의 임상 개발에 사용될 투자금 9350만달러(약 1017억원)를 화이자로부터 유치했다.
JW중외제약은 STAT3를 표적으로 하는 회사의 저분자 항암 신약 후보를 바이오벤처 보로노이의 단백질 분해 기술 프로탁(Protein Degrader)과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차세대 혁신신약을 개발하기로 하는 계약을 지난 2일 맺었다. 계약에 따라 보로노이는 JW중외제약과 협력해 화합물의 설계·합성과 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JW중외제약은 후보물질을 평가해 임상 단계로 발전시키는 중개임상연구를 맡는다.

STAT3는 암세포의 성장, 증식, 전이, 약제 내성 형성에 관여하는 다수의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단백질(전사인자)이다. JW중외제약은 STAT3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현재 상업화를 위한 비임상시험과 약물 생산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로노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로탁 기술과 같은 표적단백질 분해 플랫폼은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표적으로 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기존 약물의 단점으로 꼽히는 특정 단백질을 조절할 수 없거나, 내성 발현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도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벤처 로이반트에 2억달러(약 2176억원)을 투자하며 이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로이반트는 AI·DT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회사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8년 인트론바이오로부터 엔도라이신 기반 슈퍼박테리아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7500억원 규모로, 2017년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 후보 HL036을 5400억원 규모로 각각 기술이전받은 회사로 알려졌다.
앞서 유행했던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인 기술이전 사례에서는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돼 글로벌 항암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는 레이저티닙이 대표적이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폐암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달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 신약 후보 아마반타맙과의 병용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이 개시돼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6500만달러의 2차 기술료를 수령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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