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한국이든 미국인든 중증환자 쓰나미
'83일(사망 10만명 도달)→116일(20만명)→86일(30만명)'
미국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10일(현지시간) 마침내 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세종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시민들이 10개월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사망자 10만명' 도달 속도마저 현저히 빨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 사회에서는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의료장비·기술의 문제가 아닌, 의료진 체력·정신의 위기 단계"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29만9614명으로 이날 30만명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첫 감염 사망자는 지난 2월 29일 북서부 워싱턴주 거주 남성으로, 이후 83일 뒤인 5월 22일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다행히 1차 감염 파동 때보다 사망 속도가 줄어들면서 20만명 돌파 시점은 9월 15일로 116일이 소요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치료 기술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사망 속도는 다시 가속화해 불과 86일만인 12월 10알 30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흐름이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주를 보면 △뉴욕주(3만5326명) △텍사스주(2만4066명) △캘리포니아주(2만547명) △플로리다주(1만9591명) △뉴저지주(1만7746명) 등 전체 50개 주 가운데 상위 9개주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의료진 피로·정신력 위축이 의료시스템 최대 리스크
미국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흐름은 최근 한국이 급격한 지역감염 확산으로 팬데믹 발발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던진다.
CNN방송은 최근 의료계 현장 르포를 통해 새 침상 하나를 더 구하는 게 중요했던 올초 1차 파동 때와 달리 현 3차 파동 국면에서는 새 의료진을 확보하는 게 위기 대응의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연일 수 백명씩 쏟아지는 중증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뉴욕 센트럴파크에 야전병원까지 구축하고 의료진들의 개인보호장구(PPE)가 모자라 중국의 지원을 일부 받을 만큼 1차 파동은 '물질'의 문제였다.
그러나 겨울철 3차 파동은 지난 10개월 여간 누적된 의료진들의 피로와 인력 부족, 이에 따른 의지의 위기가 환자의 생사여탈권을 결정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을 향해 "제발 마스크를 쓰고, 가급적 안전하게 집에서 머물라달라"는 정부보다 더 절박하게 현장 의료진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중증환자들을 바라보며 생활 속 방역 준수를 호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병원연합의 카멀라 코일 회장은 "병원 집중치료실(ICU) 수용능력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단지 침대와 매트리스, 베개의 수가 아니다"라며 바닥난 의료진의 체력과 정신력을 걱정했다.
■정부가 움직여야 할 방향···백신 英서 빌려와서라도 의료진부터 접종
체력과 정신력 모두 바닥인 미국의 의료진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최우선으로 접종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지면 정부는 현장 의료진에게 최우선 접종권을 부여하고 배급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미국 전역의 의료진 접종에 초도 물량이 부족할 경우 의료진 간 제비뽑기와 같은 방법으로 순번이 정해질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반면 한국의 의료진들은 동일한 체력 고갈과 정신력 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의료진에게 최우선 공급되는 백신은 일러야 내년 2월에 기대할 수 있다.
하루 700명에 육박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을 치료할 한국의 의료진들이 내년 2월까지 기약 없이 백신 우선 접종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정부 스스로 근본적 질문을 던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성탄절 연휴와 신정·구정 연휴까지 쉬지도 못하고 이들은 백신 확보국의 의료진과 달리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 채 급증하는 중증 환자들을 대해야 한다.
내년 2월 과연 한국이 백신을 손에 쥘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영국 등 백신을 확보한 동맹들에 의료진 접종을 위한 최소한의 백신 물량을 대여받는 외교적 시나리오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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