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윤갑근 전 대전고검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윤 전 고검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고검장은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지난해 4월 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우리은행에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라임 측으로부터 2억여 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그는 김 전 회장이 지난 10월 발표한 옥중 입장문에서 '라임펀드 청탁 건으로 수억원을 지급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으로 언급됐다. 찰은 김 전 회장의 폭로 이후 우리금융그룹과 윤 전 고검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윤 전 고검장은 전날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을 체결해 법률 자문료를 받은 것이고 변호사로서 정상적인 법률 사무를 처리했을 뿐"이라며 "법원에서 잘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본 적도 없고 모르는 사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전 고검장이 구속되면서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그는 과거 검찰 수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진술을 하다가 지난 10월 공개한 입장문에서 '야권·검사 로비'를 폭로하며 진술을 뒤집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검찰의 압박·회유로 인해 허위로 여권 로비 진술을 한 것이며, 실제로 자신이 돈을 건넨 야권·검찰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중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비판적 해석도 나왔지만, 윤 전 고검장의 구속되면서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임이 입증됐다. 다만 여권 정치인 관련 수사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 속도를 올린 것에 대해 '편향 수사'라는 논란도 나온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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