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이든, USTR대표에 중국계 캐서린 타이 낙점…개미들 `中 레버리지 vs 인버스` 저울질
입력 2020-12-10 14:25  | 수정 2020-12-12 15:36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중국계 인사를 낙점하자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바이든 차기 정부 들어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 투자자들도 중국 강세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미·중 갈등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현지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변호사를 USTR 대표로 지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 변호사는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민주당 측 수석 고문역을 담당하고 있다.
타이 변호사가 USTR대표에 오르면 유색인종 여성 첫 사례가 된다. 다만 바이든 차기 정부가 그를 염두에 둔 것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노동자와 소비자 보호·기후 변화 대응'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우선 순위를 관철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차기 정부는 위구르족과 교도소 재소자 강제 노동, 탄소 배출 등 환경 오염, 5G(차세대 네트워크) 등 글로벌 표준 이슈를 문제삼을 수 있다. 지난 2일 바이든 당선인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취임하자 마자 관세 등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일단 놔두면서 종합적 검토를 한 후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통적인 동맹국과 협의해 일관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타이 변호사는 올해 7월 1일 발표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준비에 깊숙히 관여한 인물이다. 해당 협정은 낮은 인건비를 통해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코에 대해 노동개혁 감독 강화 등 노동자 보호 조건을 요구하는 한편 북미에서 자동차 면세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규칙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의장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승리이며 이번 협정이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좋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환영한 바 있다.

타이 변호사는 1990년대 후반 중국 광저우 중산대에서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고문역을 맡기 시작한 2014년 이전에는 USTR 내 대중국 무역 책임자였다. 중국계인 그가 중국 사정에 정통한 인사라는 점은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희미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중국 경기 회복에 베팅해왔지만 타이 변호사 낙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중 갈등에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10일 한국증시에서는 오후 1시 기준 중국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오름세를 보였다. 삼상자산운용의 'KODEX차이나H선물 인버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차이나CSI300인버스(합성)'이 각각 1.04%, 1.00% 상승했다. 반면 중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KODEX차이나H레버리지'와 'TIGER 차이나CSI 300레버리지(합성)'는 각각 1.84%, 1.99% 떨어져 2%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레버리지는 지수 상승폭의 2배를 수익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차기 USTR 대표 낙점 소식이 흘러 들면서 9일 뉴욕증시에서도 중국 증시 하락과 상승에 베팅하는 ETF간 희비가 엇갈렸다. 하락에 베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중국50'(FXP)는 전날보다 2.47%오른 34.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에 베팅하는 '아이셰어즈MSCI중국'(MCHI)은 1.66% 떨어진 79.24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중국 증시는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4분기 들어 투자 관심이 중국 기술주에 몰리면서 전기차 등 일부 주식이 급등했다. 지난 달에는 국내 투자자 뉴욕증시 매수 결제 상위 2~3위에 중국 전기차인 니오와 샤오펑이 애플을 제치고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주식은 두 가지 투자 리스크가 있다. 내년 중국 증시에서는 기관 등 주요 투자자 락업(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매도 물량 폭탄이 예고됐다. 지난 해 미·중 갈등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가 '나스닥 스타일 기업공모(IPO)'를 본토 상하이 증시 스타마켓에 도입해 기업들 IPO를 밀어부친 결과다. 9일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중국 증시 락업 해제 물량이 4조6000억 위안(약 767조500억원) 규모이며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현재 중국 증시 전체 시가 총액의 7%에 해당하는 액수다. 보호예수는 기업이 상장하거나 새 주식을 추가 발행할 때 대주주나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개인 등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중국의 경우 보호예수 기간은 일반적으로 6개월~3년 정도다.
중국 정부가 현금이 부족한 민간 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증시에 상장하거나 새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IPO와 유상증자가 줄 잇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관련 락업 해제 물량도 꾸준히 시장에 풀려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경우라 하더라도 중국 기업 특유의 회계 부정 관행 문제와 상장 폐지 리스크가 있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 회계 당국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중국 기업은 뉴욕 증시에 상장했어도 미국 회계 감사에 따르지 않는다.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 상장폐지를 계기로 중국 기업의 매출 부풀리기 등 정황이 부각되면서 지난 2일 미국 연방 하원은 '중국기업 상장폐지 법안(정식 명칭은 외국지주회사책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앞서 5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기 때문에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법령으로 제정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외국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감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한 외국 기업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증권거래소 등 뉴욕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해당 법안은 상장폐지된 외국 기업의 장외시장(OTC) 거래까지 막는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탈출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중국 투자 리스크'는 전보다 더 커지는 셈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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