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나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산 '선물인버스 2X ETF, 이른바 '곱버스'의 손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곱버스는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고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 더욱 부진한 성과를 낼 수 있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등을 시작한 지난 11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200 선물인버스 2X를 9032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이는 이 기간 개인 순매수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달 들어서도 곱버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이 2151억원에 달한다.
KODEX 200 선물인버스 2X는 코스피200 지수가 1% 하락했을 때 2%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ETF다. 반대로 코스피가 1% 오르면 수익률은 -2%가 된다.
코스피200 지수는 11월 초 302포인트에서 출발해 전날 371.47포인트까지 22.7% 급등했다. 지수가 크게 오르다보니 곱버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곱버스 주가는 지난 11월초 4400원에서 전날 2870원까지 34.7%나 하락했다. 11월초에 곱버스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원금의 1/3 이상이 날라간 셈이다.
일반적인 주식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장기간 보유하면서 원금 회복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곱버스는 장기간 보유하게 되면 거래비용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 곱버스는 주식이 아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선물은 3개월 마다 만기가 돌아온다. 예를 들어 12월 선물옵션 만기일이 되면 12월물을 처분하고 3월물을 다시 사야한다. 이때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이 곱버스의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곱버스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롤오버 비용도 2배다.
매달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선물 상품을 보면 기초 자산과 ETF 수익률간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원유 선물 가격은 연초 배럴당 60달러선에서 현재 45달러까지 25% 하락했다. 하지만 KODEX WTI 원유선물 ETF는 연초 대비로 67%나 하락했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의 경우 -9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장의 변동성도 곱버스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증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7거래일 중 단 이틀을 제외하고 5거래일이 1% 이상 급등했거나 급락했다.
인덱스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률에 불리하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지수의 일일 변동률의 -2배를 추적하는 ETF이기 때문에 기간 수익률에서는 기초자산과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장기간 지수가 큰 폭의 변동 없이 꾸준히 하락해야 이 격차가 좁혀진다.
코스피200 지수가 3일 동안 -10%, 20%, -10%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3일간 누적 수익률은 -2.8%다. 곱버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첫날은 20% 수익이 나고 둘째날은 -40%, 셋째날은 다시 20%의 수익이 난다. 3일간의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200의 하락폭 -2.8%의 -2배인 5.6%가 아니라 -13.6%다.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한 상황에서 곱버스가 수익이 나기는 커녕 더 많이 빠진 것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 상승으로 선물인버스2X로 손실이 크다하더라도 계속 홀딩하기보다는 빠른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단기적인 측면에서도 투자유의가 필요한 곱버스 투자보다는 연말을 맞아 계절적으로 배당매력이 높은 종목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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