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길고 눈도 많은 노르웨이에서는 골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5월에서 10월까지 5~6개월에 불과하다. 그런 악조건 탓에 유명 골프 선수가 거의 없다. 지난 해 38세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5승을 거두고 은퇴한 수잔 페테르센 정도가 골프팬들이 기억하는 노르웨이 출신 스타 골퍼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페테르센의 명성을 넘어설 노르웨이 출신 스타 골퍼가 탄생한 듯하다.
지난 2월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노르웨이인 최초의 PGA 챔피언에 올랐던 빅토르 호블란(23)이 2020년 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720만 달러)에서 우승하면서 통산 2승을 올렸다.
호블란은 7일(한국시간)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엘 카멜레온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에런 와이즈(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29만6000 달러(약 14억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살았던 호블란은 노르웨이 골프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팀 선수로 활약한 호블란은 2018년 노르웨이인 최초로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고 2019년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동시에 아마추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검은 띠를 딴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한 호블란은 2019년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일부터 더CJ컵 2라운드까지 19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치면서 이 부문 PGA 신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그의 세계랭킹도 지난 주 26위에서 이번 주 15위까지 껑충 뛰게 된다.
이날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에게 2타 뒤진 3위로 출발한 호블란은 그리요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다 18번 홀(파4)에서 4m 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하면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요는 1타를 잃고 토니 피나우, 브렌던 토드(이상 미국) 등과 공동 8위(15언더파 269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성훈(33)이 단독37위(합계 8언더파 276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최경주(50)는 공동 46위(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로 2020년을 마무리한 PGA 투어는 내년 1월 7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재개된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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