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북구 경비원` 폭행 입주민에 징역9년 구형…피고인 "모자로 코 짓누르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 5월 사망한 경비원 고 최희석 씨를 상해·보복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민 심 모씨(49·구속기소)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심씨의 변호인은 폭행과 강요미수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보복 폭행 등 형량이 무거운 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심씨는 이날 재판에서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면서도 "주먹으로 코를 두 번 가격하고 모자로 다시 짓누르는 비상식적 행동은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7일 허경호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보복 상해·감금·폭행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심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고인의 친형 최 모씨, 아파트 입주민 2명, 동료 경비원, 현장 출동 경찰관 등 5명을 증인으로 불러 증언을 들었다.
검찰은 공판 후반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갑질로 인해 피해자가 돌아가셨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단 둘이 있는 장소에서 해한 범행에 대해 일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비골골절(코뼈를 부러뜨림)을 가했는데도 (고인이) 형으로부터 구타 당했다고 궤변을 했다"며"무고 고소까지 하고 피해자가 피고인 갑질로 인해 생명까지 포기했다"고 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높은 특가법 상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강요 미수의 점(사표를 쓰라고 강요), 폭행의 점 등에 대해 공소사실 인정하면서 망인을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게 한 것에 대해 사죄드렸다"면서도 "피고인은 (보복 폭행 혐의는)고소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이룬게 아니고 비골골절를 상해 가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고 말했다.

심씨측이 부인한 특가법상 상해·감금·폭행은 형량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거운 편이다. 일반 폭행(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등 최씨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들이 법정 최고형량만 규정돼 있는 것과 다르다.
심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기록상)4월 27일 피해자가 공포심 느끼지 않고 노상에서 피고인과 언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입주민들이 폭행 방법 부위에 대해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며 "(5월 피고인이 고인을 폭행했다고 하지만)옷이 흐트러진 기색이 없고 (고인이)폭행 당한 경위를 여러사람에게 서로 다른 경위로 진술한 점으로 보아 실제 폭행 여부에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심씨는 최후 발언에서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면서도 "(고인의)형님께서 증인 진술을 하면서 '(자신이) 고인을 머슴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는데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주먹으로 (고인의)코를 두번 가격하고 모자로 다시 짖누르는 비상식적 행동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인의 친형이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피고인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굳이 고인 형님께서 왜 가림막까지 치면서 증인 진술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고인 생전 출동한 경찰관과 입주민 등 증인 5명이 출석해 고인 사망 직전 코 주변 상처에 대해 증언했다. 지난 5월 3일 피해자를 목격한 입주민 A씨는 "마스크 철 모양으로 빨갛게 피고름이 맺혀져있고 딱지도 앉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같은날 출동한 경찰관의 기록에는 피고름이나 혈흔 표현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관은 "시간이 오래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고인 최씨는 심씨에 의한 갑질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 5월10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심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0일 열린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