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성폭행 피해자의 괜찮다는 말, 성관계 동의로 볼 수 없다"
입력 2020-12-06 14:25  | 수정 2020-12-13 14:36

성폭행 피해자가 범행 이후 "괜찮다"고 말했다고 해서 동의로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행을 당한 직후에는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만큼,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의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 위반(준강간)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군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에게 괜찮다고 여러 번 답변했으나, 피해자는 검찰에서 '강간의 피해자가 되는 부분이 무서웠고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 무슨 대답이든 괜찮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해 보이며,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성행위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고소 동기 역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을) 잊고 싶어 묻어두려 했는데 함께 범행한 사람으로부터 SNS 친구 신청이 오자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며 "메시지를 보냈는데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 고소하게 됐다는 진술에는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범행 과정과 동의 여부, 이후 정황 등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원심은 간음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상황만 유독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고등학생인 피해자가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진술이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7월 경기도 양평읍의 한 주택에서 피해자와 B씨 등과 함께 술을 마시다 새벽 4시께 B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해 알몸으로 앉아 있던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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