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자동차 산업 등은 세계 수준에 올랐지만 패션·뷰티·유통 부문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 합니다. 관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일 매경 패션·뷰티·유통CEO 포럼에 참가한 CEO 및 임원들은 사전 설문을 통해 업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전하고 정부의 지원책을 호소했다.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다시 대유행 수준으로 심각해지자 지속된 불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을 드러냈다. 포럼에 앞서 설문에 참가한 업체중 70%가 '연말 기업이 처한 상황이 연초 생각했던 수준보다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날 맥킨지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6개월 내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계기업으로 진입할 글로벌 패션 관련 업체 비중은 전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럼에 참석한 한 A 씨는"정부가 K뷰티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최근 일본, 중국의 뷰티 산업 성장으로 점유율은 계속 줄고 있다"며 "중소기업 육성, 세제 혜택 등 K뷰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뷰티 업계는 많게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발길 끊긴 오프라인 매장과 소비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바라는 목소리도 잇달았다. 연초 영세 소상공인 및 대리점주에게 주어졌던 무이자 대출 기회 등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B씨는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에 입점한 업체로 확대해줬으면 한다"며 "그곳에서 일하는 점주들도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개별 입점 업체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부담도 토로했다. C씨는 "온라인 쇼핑이 부각되며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기대효과가 불분명한 유통산업 추가 규제는 신중히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이 수익창출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씨는 "최근 무착륙 비행에 대한 면세 허용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패션·뷰티·유통업계의 숨통을 터줬다"며 "앞으로도 즉시 적용 가능하며 실질적 효과가 있는 새로운 지원책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팬데믹'을 맞아 취한 경영 전략의 근본적 변화로는 대부분 기업들이 '온라인 강화'를 들었다. 패션·뷰티·유통업계에서 부분적으로 진행되던 디지털전환 작업(Digital Transformation)은 올들어 전방위 적으로 탄력이 붙었다. IT를 앞세운 기업은 물론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을 해왔던 기업도 온라인 강화 바람에 가세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만드는 등 '온라인 퍼스트' 전략에 집중했다"며 "오프라인 중심으로 세팅된 조직과 인재를 온라인 플랫폼 신규 조직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외형신장이나 재고자산에 대한 투자 보다 현금 확보에 방점을 뒀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역시 '온라인 강화'를 답으로 들었다. 가두점 중심의 영업을 이어온 패션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질 경우 비대면 판매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대형 포털은 물론 백화점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를 확대하며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언급된 '비상계획'에는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한 브랜드 확대',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신제품 출시', '비효율 자산 및 매장의 유동화' 등이 있었다.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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