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적용된 첫날인 어제(5일) 저녁, 상점의 불빛과 네온사인으로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서울 번화가의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졌습니다.
이날 오후 9시께 대형 학원과 독서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역 인근 거리는 평소보다 일찍 수험생들로 붐볐습니다. 학원들과 독서실들이 같은 시간에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버스정류장에는 잠시 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진모(27)씨는 "다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할 것이 많은데 학원이 너무 일찍 닫아버렸다"며 "집에서 공부하기 힘든 환경인데 독서실이나 카페도 모두 닫아서 갈 곳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수험생 양모(25)씨는 "9시 이후에 모여서 공부하면 병이 더 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무슨 기준으로 시간을 정한 건지 모르겠다"며 "대중교통 감축으로 오히려 지하철은 (차마다) 사람이 더 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학생들이 빠져나가자 학원 건물의 불빛도 하나둘 꺼졌습니다. 상점들 역시 9시가 되자 손님들을 내보내고 청소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날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오후 9시 이후 상점, 영화관, PC방,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놀이공원, 이·미용업, 마트, 백화점의 문을 닫는 조치와 공공시설 운영 전면 중단, 오후 9시 이후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30% 감축 등입니다.
평소 24시간 영업을 하던 PC방들도 이날은 오후 9시가 되자 모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PC방 직원으로 일하는 박모(24)씨는 "8시 30분부터 손님들에게 사용을 종료해달라는 안내를 하고 컴퓨터 전원을 모두 껐다"며 "9시 이후는 원래도 손님이 없어서 방역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사람들로 붐비던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점들도 이날은 9시가 되자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오후 8시 30분께 한 의류 매장에서는 들어서자마자 "오늘부터 9시에 영업을 마친다"는 종업원의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주말임에도 가게는 한산했습니다.
가게 바깥의 의류 매대를 안으로 들여놓던 한 업주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잡히질 않으니 나도 걱정이지만 영세 매장으로선 솔직히 난감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명소인 '버스킹존'까지 텅 비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던 거리는 오후 9시가 가까워져 오자 술집 등에서 나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가게들이 하나둘씩 음악 소리를 줄이고 불을 껐지만, 인파는 9시 30분께가 돼서야 차츰 줄어들 정도였습니다. "진짜 9시까지야?"라고 서로 묻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쏟아져나온 사람들은 테이크아웃 길거리 카페 등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오후 9시 이후에도 영업이 가능한 소규모 휴대폰케이스 등 가게에서는 가뜩이나 좁은 곳에 손님이 몰리면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산 옷가지·화장품을 친구와 나눠 들고 걷던 장모(26)씨는 "이대로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도 들어 커피를 마시거나 문이 아직 열린 가게에 들어가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