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군포 아파트 화재는 새시 교체 공사중 거실에 켜놓은 전기 난로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군포시 산본동 모 아파트 12층 화재 현장에서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이날 합동감식반은 발화 지점과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화재가 난 12층 아파트 베란다와 거실 등을 집중 조사했다. 거실 중앙 부근에서 전기 난로와 우레탄폼 캔, 공구 등을 수거해 정밀감정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거실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새시 교체 작업에 투입됐던 5명의 근로자중 대피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펑'소리가 나서 보니 전기난로에 불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진술해, 거실에 켜놓았던 전기 난로가 발화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원인과 발화지점 등은 현장 감식 결과와 수거물 감정 결과, 경찰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 6명이 경상의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 4명중 2명은 새시 교체 작업을 하던 한국인 A씨(31)와 태국 국적 근로자(38)이고, 나머지 2명은 아파트 주민이다.
특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새시 교체 공사중 지상으로 떨어져 숨진 A씨는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 확인됐다. A씨 올해 결혼을 계획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내년 2월로 미루고 결혼 준비를 하던중 변을 당했다.
A씨 유족은 "이 일을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평소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출근해 사고가 나겠지 싶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하던 주민 B씨(35·여)는 남편과 여섯 살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B씨는 옥상 기계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해온 B씨는 사고 당일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다 변을 당한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같은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된 C씨(51·여)는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했다. C씨와 함께 발견된 C씨의 아들(23) 또한 연기를 많이 마시고 화상까지 입어 중태에 빠졌다. B씨와 C씨, C씨의 아들은 옥상 비상구를 지나쳐 옥상 기계실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대희 군포시장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화재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시민안전보험 보상금 지급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민안전보험은 시민이 각종 자연재해나 폭발·화재 등 사회재난, 강도 사건 등으로 상해를 입은 뒤 사망하거나 후유장해를 당했을 경우 1000만∼15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시는 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사망자 장례 절차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화재 피해 주민 39명에 대해서는 관내 임시생활시설을 지정해 모두 수용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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