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법원 "한진칼 신주발행, 경영권 방어 목적아냐"
입력 2020-12-01 17:49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신주 발행을 무효화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이 한진칼 손을 들어줌에 따라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은 1차 관문을 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졌다"며 "현 한진칼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산은이 추진하는 양대 항공사 합병 작업의 최대 걸림돌은 해결됐다.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산은이 참여해 5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출발점이었다. 이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한진칼 참여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들어간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산은의 자금 투입이 무산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딜은 수포로 돌아간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합병을 주도한 산은에 일단 힘이 실리게 됐다. 법원이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한진칼의 신주 발행 목적에 대해 회사 경영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KCGI는 앞서 한진칼의 유상증자가 경영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재판부는 "산은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온 항공사 간 통합 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된다"며 "신주 발행은 '사업상 중요한 자본 제휴'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산은의 기존 입장을 모두 수용한 셈이다.

통합항공사 추진의 1차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오는 14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감자 관련 임시 주주총회와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한항공 주주 배정 유상증자 절차 등이 또 다른 관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감자가 대주주 희생을 전제로 하는 차등감자가 아닌 모든 주주의 공통된 희생을 요구하는 균등감자라는 점에서 주총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주주 배정 유상증자 역시 향후 대한항공 주가 추이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 종가는 2만6350원으로 유증 예정 발행가 1만4400원을 훌쩍 웃돌았다. 그러나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년 1월 26일이다. 그때까지 대한항공 주가가 현재처럼 힘을 받지 못하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법원에서 기각 판단이 나오자 산은과 한진그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은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을 대비한 이번 항공 산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역시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주주 가치 제고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KCGI 등 3자 연합에 책임 있는 주주로서 힘을 보탤 것을 당부했다. KCGI는 이날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도 한진칼 경영진을 감시하고 기업가치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윤원섭 기자 / 한우람 기자 / 송광섭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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