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할까.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기각 여부가 1일 나온다. 법원이 KCGI의 손을 들어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인용하면) KDB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합병 계획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거나 그렇지 못하면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첫 관문을 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국책은행이 추진하는 합병인 만큼 경쟁제한을 보완하는 조건이 붙어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에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하면 이 자금을 마중물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인수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산은의 논리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할 근거는 상법 제418조의 해석에 있다. 법 내용은 이렇다. 제1항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제2항 회사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법원이 제1항의 원칙에 무게를 두면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것으로 보인다. KCGI 측은 "신주 발행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다.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회사 경영진이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을 주주를 완전히 배제하고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가 이 사건의 법적 본질"이라고 주장한 것은 기존 주주 배제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제2항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진칼 측이 "회사 자체의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경영상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제1항에 비중을 둘지, 제2항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지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