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은, 독립위원회로만 한진칼 경영참여…합병땐 수익 3천억 늘것"
입력 2020-11-27 17:41  | 수정 2020-11-27 19:57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진이 자율경영을 하되 산업은행은 경영 견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영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노선 조정 등 통상적인 사안은 '자율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자산 매각 등 주주권리 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중대 경영 사안에 대해서만 산은이 사전 동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리위원회, 경영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위원회 등 한진칼과 계열주에 대한 견제 장치는 채권단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위원회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이번 딜로 산은에 재벌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항공 산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산은은 중립을 지킬 것이다.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국유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구도에서는 산은이 한진칼 10% 지분을 가지면서 경영진이 자율경영을 하되 산은이 경영 견제를 하는 방식이다. 또한 윤리위원회, 경영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위원회 등을 설치해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보유하면서 과도한 경영 개입이란 지적도 있는데.
▷항공 노선 조정 등 통상적인 경영은 자율경영에 맡길 것이다. 다만 주주권리 침해나 주요 자산 매각 등 중대 사항은 혼자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컨대 항공기정비 산업(MRO) 확장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크기가 크면 주주들 사전 협의가 필요하고 주주 간 권리 침해가 있을 수 있어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산은의 구조조정 원칙은 무엇인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등 세 가지다. 더 기본적인 원칙은 비용편익분석이다. 투입은 최소화하고, 회수는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산은은 최소 3조원을 덜 투입하고, 4조원을 더 회수하게 된다. 다만 산은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편익의 개념에 국가경제라는 큰 개념이 들어간다.

―산은이 국가경제를 편익으로 삼는데 왜 한진해운은 파산시켰나.
▷한진해운 파산은 산은이 결정한 게 아니다.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정부가 안 해준 것이다. 산은이 혼자 들어가서 수조 원 손실을 무슨 수로 책임지나. 만일 지금 한진해운이 터졌다면 합병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딜은 정부가 했나.
▷같이 결정했다.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다. 우린 수시로 보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산경장에서 결정해줬다.
―기업 퇴출이 시장이 아닌 정부 판단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지금 상황을 말하자면 시장에선 아무것도 못 한다. 정부 지원이 끊기는 순간 망할 기업이 너무 많다. 두산이 망했을 것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망한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지금 안 되는 상황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한 입장은.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 유상증자를 (산은이 참가하는) 3자 배정 아닌 주주 배정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물어보겠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그들이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이 딜이 깨지면 산은이 돈을 넣어주리라 기대하는 건 아닌가. 자신이 없으면서 이런 허위 주장을 한다면 대단히 무책임한 사람이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후폭풍이 올 것이다. 딜이 무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엄청난 돈이 들어가서 국유화될 것이다. 대한항공의 독자 생존도 상당히 의심스럽다. 대한항공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 전부나 일부가 포기된다면 누가 좋아할까.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외항사들일 것이다.
―대한항공에 들어갈 돈은 얼마인가.
▷내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2조~3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이 돈은 합병에 상관없이 들어갈 돈이다. 이미 대한항공엔 1조2000억원을 넣어줬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용지, 기내식 등 매각으로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호텔 매각도 검토 중이다. 담보가 많이 잡혀서 실질적으로 팔아도 안 남는 게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말이다. 이번 딜은 버티기 게임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시장이 차오를 때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가 관건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항공사의 시나리오는.
▷2022년 여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2023년 통합항공사 매출이 18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삼일회계법인이 추정했다. 이후 연간 매출이 5000억~6000억원씩 늘어나고 당기순이익이 8000억~9000억원이 될 것이다. 또 합병으로 인해 3000억원의 수익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건 3% 금리로 이자 10조원을 감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딜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인수·합병 딜은 비밀인데 밀실 협상이라고 비판한다. 외국엔 수의계약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최고경영자가 CEO와 만나서 수의계약했다면 감방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시아나항공이 국유화되면 나라장터에서 팔아야 될 것이다. 투명성의 반대는 유연성 부족이다. 형식주의로 흐르게 된다.
[윤원섭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