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찍어봐야 보는 사람도 없는데 포기하고 잠이나 잘래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직장인 윤 모씨(31)는 결국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기로 했다. 일과 병행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니 수면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다 노력 만큼 구독자도 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일주일에 영상 하나씩 석달만 올리면 대박 난다길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지만 이제는 지쳤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이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다른 직장 동료는 이미 한 달 전에 그만뒀다"고 전했다.
대박을 터트리면 월급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참여했던 유튜브 열풍. 하지만 유튜브로 투잡에 억대 연봉까지 꿰찰 수 있다는 환상은 사라지고 있다.
이는 비단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고가의 유튜브 장비를 판다는 글이 즐비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27일 당근마켓 매물 검색창에 '카메라' '마이크'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유튜브 장비 팔아요'와 같은 제목의 글이 수십 개 보인다. 한 글쓴이는 영상제작 장비를 팔면서 "1년 동안 열심히 영상을 올렸지만, 구독자가 100명도 안 된다"며 "저는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능력 있는 분이 싸게 가져가세요"라고 적었다.
이처럼 채널 운영을 포기하고 장비를 내놓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영상제작 용품 거래액이 크게 뛰었다. 이날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7월 557건에 불과했던 판매 등록 건수는 10월 782건으로 4개월 동안 약 230건 늘었다. 더불어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영상제작 용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상승했다. 삼각대 등 거치대 거래액은 5%, 조명 제품이 18%, 캠코더가 39%, 기타 촬영장비 거래액은 50% 증가했다.
국내 유튜버들이 사이드잡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치열한 경쟁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구독자 수에 따른 국내 유튜브 채널 개수
27일 통계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광고 수입을 내는 국내 유튜브 채널은 5만5847개에 달하지만, 월 7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채널(구독자 10만명 이상)은 3829개에 불과했다.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 중 6.8%에 그치는 수준이다.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채널은 고작 331개였다.유튜브 코리아 관계자는 "가열된 경쟁으로 유튜브에서 큰돈을 버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수만 명에게 노출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포기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유튜브로 수억 연봉을 버는 길이 원천 봉쇄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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