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의 개인 주주들이 한국거래소에 대한 소송전을 예고하며 오는 30일 개최될 예정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신라젠 주식의 거래 재개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성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대표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래재개가 되지 않으면 한국거래소와 신라젠 상장 심사 당시 책임자·담당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지난 9월부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신라젠 주식의 거래 재개를 요구하는 무기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주주들이 격앙된 배경은 신라젠이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만든 사유인 전 경영진의 주요 혐의를 한국거래소가 상장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다. 신라젠 상장 심사를 담당했던 당시 한국거래소 팀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라젠의 현장 답사 과정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BW 발행에 관한 법적 이슈가 소멸했고, 투자자들의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어 BW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재판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지난 2014년 3월께 자기자금 없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BW를 취득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에 대한 것이다.
거래소가 신라젠의 BW 구조를 알고도 상장을 승인했다는 게 확인되면서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재개를 결정하지 않는 식으로 신라젠의 잘못을 공식화하면 거래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실기업이 된 기업이 나오면서 거래소의 검증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상장된 항공기 도어시스템 제조기업 샘코는 이듬해인 2018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이 나오기도 했으며,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코썬바이오 역시 지난 2016년 1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된 뒤 실적이 고꾸라지고, 자금조달과 관련해 불성실공시를 일삼아 결국 상장폐지됐다.
신라젠의 한 소액주주는 "상장 전 발생한 사건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가 거래를 정지시킨 한국거래소의 논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당시 심사를 담당했던 개개인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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