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과 지검장, 평검사들 등이 잇따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는 부당하다"는 성명을 내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전날 공개한 재판부 분석 문건을 두고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망에는 법무부도 과거 ISD 중재인의 성향 등을 분석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27일 추 장관은 입장을 내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판사 불법사찰 문제는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조직은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어 왔는지 숨김없이 국민들께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진상확인과 감찰조사기간을 거쳐 방대한 근거자료를 수집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총장이 조사에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감찰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총장이 문건을 공개한 것을 두고 "문건 작성이 통상의 업무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원과 판사들에게는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며 법무부가 ISD 중재인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로펌에 의뢰한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2013년 2월 보도를 인용했다. 이 보도에서 법무부는 "중재인 선정은 ISD 승패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쳐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세계 주요 중재인의 리스트를 사전 작성하고, 판정 성향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차 검사는 또 미국 법률정보 사이트에서 한 캘리포니아 법관에 대해 "한 변호사에게는 고집이 센 판사로 묘사됐고, 다른 변호사에게는 통제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묘사됐다"고 기재된 내용과 미국의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기법'에 "검사는 판사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하고, 공판전략과 스타일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기재된 부분도 함께 올렸다.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불법 사찰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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