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내부적으로 향후 유가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11~17% 낮췄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엑손모빌 내부 문건에 따르면 올해 가을 엑손모빌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수립한 향후 10년 유가 전망치를 낮췄다. 구체적으로 엑손모빌은 앞으로 7년 동안 유가 전망치를 11%에서 17%까지 내렸다.
이는 엑손모빌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충격이 10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화석연료 산업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환경규제, 빠르게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산업, 전기 자동차 확대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엑손모빌은 올해 유가 하락과 수요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WSJ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해 브렌트유가가 향후 5년간 배럴당 평균 62달러를 기록한 뒤, 2026년과 2027년에 배럴당 7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자 올 여름 엑손모빌은 수치를 조정했다. 향후 5년 유가 전망치는 50~55달러로 낮췄다. 이어 결국 9월에는 2026년과 2027년 유가 전망치를 60달러로 낮췄다.
현재 11월 말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47~4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원유수요가 급감한 봄 이후 최고치다.
이 전망치는 엑손모빌이 재무계획을 세우는 초기 단계에 활용된다. 엑손모빌은 유가 전망치를 다른 석유업체와 달리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엑손모빌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유가 전망치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자사의 현재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WSJ에 답변을 거부했다.
최근 엑손모빌은 석유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세우며 떠나는 투자자를 붙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의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저조한 투자로 향후 몇 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홈페이지 메모를 통해 "업계의 고민은 일시적"이라며 "석유 제품 수요는 앞으로도 되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타격에도 투자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엑손모빌은 주주 배당금 주기도 벅찬 상태다. 올해 엑손모빌은 사상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만큼 출혈이 크다. 2013년까지 미국 시가총액 1위였던 엑손모빌은 지난 8월 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지난달 2일에는 뉴욕증시에서 엑손모빌의 시총이 장중 한때 미국 신재생 에너지 업체 넥스테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밀리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내줬었다. 넥스테라에너지는 태양열·풍력을 주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미국 최대 신재생에너지 업체다.
앞서 영국 석유회사 BP PLC와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plc),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 ASA)등 대형 업체들이 이미 올해 초 배당금을 절반 이상 삭감했지만, 엑손모빌은 배당액을 유지하고 연간 150억 달러 규모 배당금 지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엑손모빌은 배당을 '주주와의 약속'이라면서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55~65달러 수준으로 뛰어야 엑손모빌이 비용을 충당하고 현 배당금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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