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는 25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순수한 마음의 항공업 지원이면 한진칼 본사 사옥부터 팔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KDB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명분 없는 행위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은 KCGI가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첫 번째 심문을 진행한다. 강 대표는 "항공업을 재편하기 위한 대안을 100가지도 넘게 만들 수 있다"며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불가피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한진칼은 부채 비율이 108%밖에 되지 않아 긴급한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없다"며 "기존 주주와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런 부분(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밀실로 처리하는 것은 군사정권이나 공산당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한진그룹의 실사가 부재했음을 문제시했다. 그는 "HDC현대산업마저 1년 반 동안 시간을 들이고도 2조5000억원의 10%(계약금)를 손해 보고 거래 종결을 선언했는데,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밸류에이션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기업 지원을 위해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것도 전례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산업은행은 IB(투자은행)가 아니다"라며 "과거 산업은행은 부실 기업을 지원해줄 때 대출이라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취득엔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3자배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이 내년 1월 2일이 아닌 꼭 12월에 주주가 돼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부연했다.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6.7%를 들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이 지닌 지분 41.1%보다 많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지분 10.7%를 취득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줄어든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인용 여부가 다음달 1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라 그 전에 법원의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관측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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