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등과 관련해 25일 윤 총장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 회의 출석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의 요청으로 전체 회의를 열었으나 의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15분 만에 산회됐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윤 총장이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해 "(국회로) 출발했다"며 기다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의 권한으로 산회를 선포했다.
국회법 제74조2호에 의하면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한 당일에는 회의를 다시 개의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법 52조3호에 따라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를 요청한 바 있다. 당초 예정됐던 이날 오전 10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대신 전체회의를 소집해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한 현안질의를 요구한 것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추 장관이 감찰하고 그 사유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로 지금 일선에서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지휘하는 대한민국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현안질의를 안 하면 법사위에서 할 일이 뭐가 있느냐"며 "10시 10분에 법사 전체회의 개의한다고 해서 윤석열 총장이 지금 대검에서 출발했다는 전언이 있다.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에 윤 위원장과 백혜련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백 간사는 "이렇게 불법적으로 야당만 연락해 사적으로 연락해 공적인 자리에 오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윤 위원장 역시 "위원회가 요구한 적도 없고, 의사일정이 합의된 것도 아니다"라며 "누구하고 이야기를 해서 검찰총장이 멋대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냐.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윤 총장이 출발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며 "출석 요구서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윤 총장이) 오는 야합의 위원회는 해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즉각 산회를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이런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우니 두 분 간사가 계속 위원회 개회에 대해서 의사일정과 아울러 협의를 해달라"며 곧바로 회의를 마친다고 산회를 선포했다.
이후 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국무위원이나 공직자의 지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회법 121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로 본회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상임위에도 중용된다"며 "그럼에도 오늘 단 한번의 논의조차 없었던 윤 총장 출석을 야당하고만 서로 얘기하고 오게 한 것은 국회에 대한 능멸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김 의원은 취재진에 "참담하다. 과연 현재 살아있는 권력 수사뿐만이 아니라 검사들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지휘를 맡은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킬 만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윤 총장의 반론도 듣고 추 장관의 전횡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런데 국회법상 개의 직후 산회하면 오늘 다시 개의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악용해 야당의 요구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참히 없앴다"고 반발했다.
[김정은 기자 1derland@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