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을 막으려 봉쇄령을 다시 도입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가운데 유럽 북서쪽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해외 관광객 모집에 발벗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달 초 솅겐조약(유럽 국가 간 국경 개방)을 맺은 국가 이외 외국인이 그의 가족과 비자 없이 최대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 프로그램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행 허가 대상이 되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원격 근무를 하는 해외 기업 직원이거나 자영업자면서,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 매월 7360달러(약 818만원)을 넘는 소득이 있다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연소득으로 추산하면 9800만원가량의 고소득자여야하는 셈이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조만간 추가 정보를 발표하겠다"며 시행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에 관광을 재개한 국가 중 아이슬란드처럼 입국자에게 요구하는 소득 수준을 높인 곳은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뮤다는 지난 8월부터 원격 근무자를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건강보험 가입, 합법적인 회사 고용, 263달러의 신청비를 요구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1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에스토니아도 아이슬란드의 절반인 월 소득 3504유로(약 480만원)의 증빙을 요구했다.
관광산업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인구 35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고소득자를 집중 타깃 삼아 방역과 경제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슬란드 전직 의원 아스타 구드런 헬가도티르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 출신 고소득·전문직 종사자를 끌어들여 소비하도록 하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아이슬란드에서 코로나에 걸린 환자는 5289명이고 이 가운데 26명이 숨졌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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