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집을 못 살 것 같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장 찍었습니다. 정부 (규제) 발표를 보니 번쩍 정신이 들었어요."
직장인 김 모씨(36)는 지난 주말 서울 강동구 나홀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13일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마음이 바뀌었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 축소, 전세대출 제한으로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샀는데 이제 신용대출마저 줄인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무주택자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본인과 아내 명의로 각각 신용대출을 받고 부모님께 1억원을 빌렸다. 시세 7억원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4억원)를 안고 매수했다. 김씨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당장 '막차'라도 탔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앞두고 맞벌이 직장인·고소득 전문직 등을 중심으로 '영끌'(가진 자금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뜻)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신용대출 축소를 발표했다.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차주(빌리는 사람)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DSR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지금까지는 금융기관 단위의 DSR 규제를 적용했는데 이번에 개인 총합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30일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 방안' 시행을 앞두고 30·40 직장인들이 "신용대출마저 묶이면 영원히 집을 못 산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매수세가 붙은 것이다.
3년 차 변호사 이 모씨(34)는 지난주 마이너스 통장 1억5000만원을 만들었다. 미혼인 그는 집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신용대출 한도 축소 뉴스를 보고 연차를 내고 당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이씨는 "빚지는 게 싫어서 '마통'을 안 뚫었는데 대출이 끊긴다고 하니 부랴부랴 만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신용대출과 모은 돈을 합쳐 신도림에 7억원대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매수했다. 이씨는 "계속 주저하고 있었는데 지금 아니면 못 살 것 같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정책 내놓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이후 신용대출은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일일 신규 마이너스 통장 개설 수는 12일 1931개에서 일주일 만에 2배에 가까운 4082개로 뛰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 대책은 50·60 중장년층의 불안감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세난 해결책으로 11만4000호 공공임대 공급을 발표했다. 호텔·상가를 개조하고 빌라를 매입해 장기전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60대 김 모씨는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매수했다. 김씨는 "우리 딸 시집갈 때 전세금 보태주려고 저축한 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이 돈 가지고 전세를 못 구할 것"이라면서 "나중에 우리 딸이 상가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임대차법도 불안심리를 키워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로 돌아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파주 운정 아이파크는 3042세대 대단지지만 최근 한달사이 거래가 급증해 매물이 5개밖에 안남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보러 온 사람들이 '전세금 1억원 올려줄바에 집 사자'면서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도세·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거래가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임대차법 이후 극심한 전세난에 신용대출 축소 등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10월 거래량은 3926건(11월20일 기준)으로, 전월 거래량(3770건)을 4.1%(156건)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아직 10월 거래된 주택 신고기한(계약후 30일 이내)이 남아있고, 이달 거래량도 집계되지 않아 실질 거개는 더 많을 수 있다. 경기도도 거래가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0월 1만6935건(11월20일 기준)으로 전월(1만3612건)보다 24.4%(3323건) 증가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직장인 김 모씨(36)는 지난 주말 서울 강동구 나홀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13일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마음이 바뀌었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 축소, 전세대출 제한으로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샀는데 이제 신용대출마저 줄인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무주택자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본인과 아내 명의로 각각 신용대출을 받고 부모님께 1억원을 빌렸다. 시세 7억원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4억원)를 안고 매수했다. 김씨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당장 '막차'라도 탔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3년 차 변호사 이 모씨(34)는 지난주 마이너스 통장 1억5000만원을 만들었다. 미혼인 그는 집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신용대출 한도 축소 뉴스를 보고 연차를 내고 당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이씨는 "빚지는 게 싫어서 '마통'을 안 뚫었는데 대출이 끊긴다고 하니 부랴부랴 만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신용대출과 모은 돈을 합쳐 신도림에 7억원대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매수했다. 이씨는 "계속 주저하고 있었는데 지금 아니면 못 살 것 같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정책 내놓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이후 신용대출은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일일 신규 마이너스 통장 개설 수는 12일 1931개에서 일주일 만에 2배에 가까운 4082개로 뛰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 대책은 50·60 중장년층의 불안감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세난 해결책으로 11만4000호 공공임대 공급을 발표했다. 호텔·상가를 개조하고 빌라를 매입해 장기전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60대 김 모씨는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매수했다. 김씨는 "우리 딸 시집갈 때 전세금 보태주려고 저축한 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이 돈 가지고 전세를 못 구할 것"이라면서 "나중에 우리 딸이 상가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임대차법도 불안심리를 키워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로 돌아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파주 운정 아이파크는 3042세대 대단지지만 최근 한달사이 거래가 급증해 매물이 5개밖에 안남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보러 온 사람들이 '전세금 1억원 올려줄바에 집 사자'면서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도세·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거래가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임대차법 이후 극심한 전세난에 신용대출 축소 등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10월 거래량은 3926건(11월20일 기준)으로, 전월 거래량(3770건)을 4.1%(156건)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아직 10월 거래된 주택 신고기한(계약후 30일 이내)이 남아있고, 이달 거래량도 집계되지 않아 실질 거개는 더 많을 수 있다. 경기도도 거래가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0월 1만6935건(11월20일 기준)으로 전월(1만3612건)보다 24.4%(3323건) 증가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