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0평대 전세갱신 못하면 같은 단지 20평대도 못 가"
입력 2020-11-23 17:16  | 수정 2020-11-23 20:00
40대 중반 직장인 김창현 씨(가명)는 내년 3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현재 서울 마포구의 30평대 아파트에 보증금 5억여 원을 주고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한다며 방을 빼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단지 내 똑같은 평수의 매물은 보증금이 8억원 중반대다. 김씨는 "평수를 20평대로 낮춘다 해도 현재 전세 보증금보다 1억원 이상 비싸다"며 "임대차법 수혜를 받는 사람은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주거 질이 확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30평대에 살던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할 경우 20평대에도 못 가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59㎡(24평) 전세가가 전용 85㎡(32평) 전세가보다 높게 거래되는 서울 아파트 단지들이 많다. 지난 10월 거래 기준으로 보면 강서구 우장산 아이파크 전용 59㎡는 6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전용 85㎡는 그보다 낮은 5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용 85㎡는 계약 갱신 매물로 추정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자녀 학군 문제 때문에 비슷한 평형대 빌라를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벽산블루밍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4억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전용 85㎡가 3억8500만원에 계약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30평대 전세 매물은 모두 5억원 중반대이며 그보다 1억원 이상 낮게 거래된 건 계약 갱신 매물로 보면 된다"며 "계약 갱신을 못하는 세입자들은 경기도권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건수는 올해 1~9월 3만3695가구에 달해 전년 동기(1만1850건) 대비 근 3배가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강북구 벽산라이브파크, 구로구 개봉현대, 동대문구 장안힐스테이트, 송파구 파크리오 등 상당수 단지들에서 20평대 전세가가 계약 갱신된 30평대 전세가보다 높게 실거래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출 규제를 완화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고, 매물이 출현하게끔 하기 위해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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