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대책, 전세난 잡을 수 있을까?…"공공전세, 얼마나 좋아질지가 관건"
입력 2020-11-22 14:21  | 수정 2020-11-29 15:03

정부가 최근 다세대 매입임대 중심의 전세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 대책이 전세난을 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향후 2년간 전세 위주의 공공임대 11만4천 가구를 수도권에 중점적으로 공급해 전세 수급 불안을 잠재운다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몰려 있는 아파트보다는 다세대 중심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대책은 전세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파트 못지 않은 양질의 다세대를 공급할 것이기에 새 집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전세 수요자에겐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공공전세, 얼마나 좋아지나가 관건

전세대책의 핵심은 공공전세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세대나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이를 전세로 공급하는데, 소득 기준을 없애 무주택자면 누구나 들어와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입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다세대 주택은 공간도 협소하고 생활 조건도 열악해 아파트에 맞춰져 있는 수요를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차피 지금도 임대로 나갈 수 있는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서 공급하는 것은 주택수 증가 효과가 없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신축' 매입임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존 다세대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도 병행할 예정이지만, 건축업자에게 집을 짓도록 선주문하고 이후 집이 완공되면 LH 등이 사들여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매입약정' 방식 위주가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LH는 매년 연말 매입약정 공고를 내고서 어떤 집이 필요한지 알립니다. 집이 지어진 대로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등 집의 세부 조건을 미리 공고하고 그 요건을 충족한 집을 매입한다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LH는 매입약정에서 필요한 집의 조건을 상세하게 알리고 이 조건에 맞는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며 "공공전세는 전용면적 60~85㎡도 적극적으로 짓고 주차장도 1층 필로티보다는 지하주차장을 짓는 등 품질을 높이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전세대책에서 공공전세는 2022년까지 전국에 1만8천 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수도권 물량은 서울 5천 가구를 포함해 1만3천 가구입니다.

공공전세 외에 일반 매입임대로 2022년까지 공급되는 물량은 전국 4만4천 가구(서울 2만 가구)입니다.

정부는 이와 같은 공공전세와 일반 매입임대에서 60~85㎡의 중형은 매년 2천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관건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얼마나 교통 여건이 좋은 요지에 지하주차장도 갖춘 넓은 평형의 다세대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입니다.

국토부는 신축 매입약정 물량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약정된 물량은 서울에만 3천78가구가 접수됐고 1천23가구는 심의를 통과했으며 이 중 926가구는 이미 약정 계약을 맺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대책에서 밝힌 바대로 공공임대 공급 실적이 좋은 건설사에 공공택지 우선권을 부여하고 사업 자금 저리 융자에 각종 세제 혜택까지 주는 등 인센티브를 보강하면 참가할 건설사나 토지주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합니다.


◇ 아파트도 3만가구 포함…""좋은 아파트는 없어요"

전세대책의 골자가 다세대 주택에 맞춰지다 보니 수요가 높은 아파트 물량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파트 물량은 3만 가구로 전체 11만4천 가구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정부는 향후 2년간 전세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대책이 맞춰졌기에 공사가 오래 걸리는 아파트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매입임대로 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겠으나 이미 수도권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아파트를 임대로 돌렸다간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세대책에서 일부나마 아파트가 포함된 것은 정부가 공실 상태인 임대주택에 대해 소득 요건을 풀어서 서둘러 공실을 해소하기로 했는데, 이들 공실 임대 중 행복주택이나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아파트 형태의 건설임대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호도가 높은 행복주택의 경우 7천600가구 수준이고 국민임대가 1만7천400가구, 영구임대는 3천700가구입니다. 이 외에 SH가 관리하는 공실 임대가 아파트형이 1천500가구 정도 됩니다.

아파트형 임대가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양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실이 된 것은 그만큼 수요가 끌리지 않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입주를 원하는 전세 수요자가 많은 현실에서 정부의 전세대책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전세와 일반 매입임대를 기존과는 달리 넓은 평형에 고급 옵션도 많이 넣고 지하주차장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아파트 못지않은 품질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 호텔 임대 논란…"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인데"

정부의 전세대책에서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의 개념이 부각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는 1~2인가구를 위한 임대를 늘리는 방안에서 나왔으나 '전세 난민 수용소를 만드느냐'는 등의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로선 도심 주요 지역에 공공임대를 확대하기 위해 호텔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대책의 주요 내용인 양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의 공공임대 11만4천 가구 공급 계획 중에서 호텔 등을 포함한 빈 상가나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한 공공임대 물량은 1만3천 가구(11.4%)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1만3천 가구도 대부분은 빈 상가나 오피스 건물을 활용하는 임대로 예정돼 있고 호텔을 개조해서 어느 정도 물량을 뽑을 것인지는 산출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전세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정치권에서 호텔 임대 얘기가 먼저 나오면서 논란만 낳으면서 전체 대책 내용을 가리게 된 셈입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호텔을 활용한 공공임대는 물량도 얼마 되지 않는데 너무 부각됐다"며 "억울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