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료 분쟁 중요 증거인데…진료기록부 관리 구멍
입력 2020-11-20 19:19  | 수정 2020-11-20 20:34
【 앵커멘트 】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인은 환자 상태나 의료 행위 등을 진료기록부에 적습니다.
이 진료기록부는 의료 분쟁 시 중요한 자료인데, 기록을 빠뜨리거나 잘못 적어도 고의만 아니면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긴 환자로서는 의심이 되고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A 씨의 어머니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투석을 받다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뚜렷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A 씨는 당시 응급 처치가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A 씨
- "혈압이 정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투석을 시작해서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심장마비 다음에 7분이나 투석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니까."

그런데 A씨는 경과기록지에 심정지가 발생한 날짜가 잘못 적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심정지 발생일은 2017년 6월 10일이었는데, 경과기록지에는 훨씬 이전인 7일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후 발급된 진단서 2부에도 똑같이 7일로 쓰여 있었습니다.

A 씨는 과거에도 투석 동의서에 대리 서명을 했다는 주장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도 설득력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며 문서 조작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응급 처치는 문제가 없었고, 기록 오류는 인정하지만 은폐를 위해 허위로 적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경찰은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하고 기록 위변조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이렇듯 의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진료기록부는 중요한 증거 자료로 쓰입니다.

▶ 인터뷰(☎) : 안기종 /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CCTV 영상이 없는 이상 수사나 재판의 결정적 증거가…. 환자는 진료 기록이 누락됐다면 그걸 밝히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현행법상 진료기록부는 허위로 적을 때만 처벌을 받고, 단순 누락과 잘못 표기된 오기의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 인터뷰 : 이동찬 / 변호사
- "진단명, 치료 경과에 대해서는 의료인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 부분을 객관화하기 위해 조금 더 자세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는데, 그 부분이 부족…."

누락과 오기로도 중요한 증거가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의료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작성법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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