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빈 빌라도 많은데…또 6만가구 늘린다는 정부
입력 2020-11-20 17:33  | 수정 2020-11-20 19:15
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서 향후 2년간 약 6만가구의 빌라를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도 수도권의 빌라·단독주택 전·월세 매물은 충분히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세난이 불거지는 곳은 아파트인데, 공급이 넘치는 빌라·단독주택에 대규모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공공임대에 사는 세입자들 역시 빌라·다세대보다는 아파트를 원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원룸과 투룸, 스리룸 전·월세 매물은 도합 7만289건에 달한다. 서울이 3만2687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2만9768건), 인천(7834건)이 그 뒤를 이었다. 다방에 등록된 전·월세 매물은 공공임대 물량과 오피스텔·아파트가 제외된 수치로 빌라·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빌라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지만 4층 이하인 소규모 주택을 가리킨다.
서울부동산광장,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빌라·단독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약 40만건에 달한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7만건)만으로도 한 해 거래량의 2개월치가 이미 확보된 것이다.
반면 아파트를 살펴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약 45만건인 데 반해 현재 수도권에 나와 있는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5만5000건(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기준)이다. 여유분이 1개월 반치밖에 없다. 유거상 아실 대표는 "서울의 경우 전세난으로 인해 중복 매물이 많아서 실제로는 더 수치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수억 원씩 수직상승하는 데 비해 빌라 전세금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가령 서울 강서구 가양동 다솔씨티하임 전용 27㎡는 지난 6월 전세금이 2억3000만원이었는데 10월 초에 2억38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성파크빌리지 전용 55㎡는 지난 5개월간 전세금이 2000만원(6월 3억1000만원→10월 3억3000만원) 상승했다.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폭이 덜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8~10달)간 전세금이 2.5%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수도권 연립·다세대 전세금은 0.6%포인트만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수도권에만 2022년까지 7만14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물량을 제외하면 빌라·단독주택 공급 물량은 향후 2년간 약 5만2000가구나 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도시연구원이 2017년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의 평균 거주기간은 4.6년이었지만 영구 임대주택의 평균 거주기간은 16.1년으로 4배 가까이 많았다. 공공임대 세입자조차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원하는데, 국토부는 빌라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만 정책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공공임대 물량(아파트 제외 시 수도권 약 6만가구)이 대부분 전세이기 때문에 나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다방에 따르면 현재 있는 수도권 물량(7만건) 중 월세가 4만6260건으로 전세(2만4029건)보다 더 많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하며 "매입임대 단가를 이번에 6억원까지 높였다"며 "전세 형태로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등의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에 공급되는 물량의 절반 이상(3만3000가구)이 소득기준이 엄격해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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