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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대란이라고 갑질 부리는 골프장들
입력 2020-11-20 16:03 

"'가을 골프는 빚내서도 친다'는 말도 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네요. 멤버 구성이 안되서 3인 플레이 문의를 하니 4인 그린피를 내라고 하고, 동반자가 감기증세가 있어서 갑자기 취소했더니 한 팀 그린피의 절반을 달라네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요"
코로나19로 골프 인기가 급증하고 이례적으로 부킹 대란이 이어지면서 골퍼들의 각종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단순히 '부킹이 어렵다'가 아니다. 6~7만원씩 급등한 그린피를 내고 카트피, 캐디피까지 다 내면서도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한데 따른 불만이다. 카트피와 캐디피도 최근 각각 10만원, 13~14만원으로 상승했다.
골퍼들은 콧대 높아진 골프장들의 '갑질 행태'에 불만이 크다.
최근에는 한 회원제 골프장 회원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골프장이 '돈 안되는' 회원들의 예약 시간을 줄이고 그 자리에 '돈 되는' 비회원 팀을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것. 국민청원과 각종 사이트에 억울함을 남긴 이 골퍼는 "골프장 약관에 회원 부킹을 우선하고 남는 시간에 일반인을 받는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는 하루 80여팀의 부킹 시간중에 회원에게는 단 20팀 정도만 배정하고 나머지는 비회원이나 외부인들 단체팀에 배정을 했다. 회원의 권리를 도둑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골프장에 항의하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회원들이 모여 소송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불공정 약관'도 문제다. 수도권 골프장 중 3인플레이를 금지하고 무조건 '4인 그린피'를 내야 예약이 가능한 곳이 많고 예약 취소 규정과 위약금 규정도 골프장에 너무 유리하게 해놨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에 따르면 비회원 이용자가 주말이나 공휴일인 이용예정일로부터 4일전까지, 평일인 이용예정일로부터 3일전까지 예약을 취소한 경우에는 예약금의 전액을 환불하도록 돼 있다. 2일전에 예약을 취소한 경우에는 예약금 중 50%를 환불한다(제 6조 예약금의 환불 등, 1항)라고 명시하고 있다. 예약금은 입장료 총액의 10% 이내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대로 지켜지는 곳은 많지 않다.

한 골퍼는 "3일전에는 취소를 못하거나 아예 취소가 안되는 때도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을 경우 위약금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게다가 최근에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갑자기 코스 훼손 등으로 진행이 안된다며 그냥 돌아가라고 하더라. 시간과 교통비, 하루 일정 등에 대한 피해 보상 얘기도 없었다. 골프장이 얼마나 골퍼를 우습게 봤으면 그렇겠냐"며 억울해 했다.
선을 넘은 골프장들의 폭리도 도마에 올랐다. 주중에도 1인당 30만원 이상 준비해야 한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 골프장인데도 토요일 최대 29만9000원으로 그린피를 책정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중제 골프장이다. 골퍼들이 더 분개하는 이유는 대중제 골프장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막대한 세금 혜택을 받지만 이익은 골퍼들이 아닌 골프장의 지갑 속으로만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중제 골프장은 세금 혜택으로 인해 똑같은 그린피를 적용한다고 해도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1인당 2만2200원을 더 버는 셈이다. 하루 70팀, 280명으로 산정할 경우 매일 621만6000원, 한달 기준 1억 8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회원제에 10분의 1에 불과한 재산세를 적용하면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 30만원은 회원제 골프장 35~36만원과 맞먹는다.
탈·불법 행위인 '음식물 반입 금지'와 '소지품 검사'로 골퍼들을 무시하는 갑질 골프장들도 있다. 입구에서 골퍼들의 가방을 검사해 음식물을 압수하고 골퍼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골프장에 맥주를 가져와 먹어 퇴장 당하고 가져온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이후 부킹권을 박탈당한 사례들도 있다.
한 골퍼는 "부킹 전쟁이 펼쳐질 만큼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골프장은 가격만큼 제대로 된 '상품'을 팔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특히 "디봇 자국으로 성한 곳 없는 페어웨이, 터무니 없이 비싼 식음료 등 골퍼를 '돈'으로만 본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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