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핫이슈] `부자 증세` 화살 시위 떠나나
입력 2020-11-19 10:18  | 수정 2020-11-26 10:36

소득세 최고세율이 내년부터 45%로 올라간다. 올해까지는 소득 5억원 초과분에 대해 42% 세금을 부과했는데 내년에는 10억원 초과 구간이 추가돼 3%포인트를 높인 45%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 세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인데 이 증세 계획이 연말로 다가가면서 실행이 목전에 닥치자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증세안 발표 때도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야당이 최근 국회에서 무리한 증세라는 주장을 또 꺼내면서 '부자 징벌'의 역효과를 둘러싼 공방에 불이 지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에서는 그런 시각을 갖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단지 1조원을 더 걷으려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이렇게 급박하게 올리는 것은 무리하다"면서 "45%로 가려면 어떤 일정으로 가는 게 적절한지 계획을 내놔야지 3년 만에 또 올리는 어떻게 설득 가능한가"라고 꼬집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를 계속 해왔지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면서 "부자들이 세금을 내면서도 반드시 전가를 하기 때문에 저항수단이 없는 경제적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은 0.05% 상위 초고소득자와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거둬 취약층을 지원하겠다는 '부자 증세'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계획을 밝히면서 "코로나19로 자영업자.중소기업.저소득층이 특히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고심 끝에 사회적 연대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여역이 있는 초고소득자 소득세율을 인상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증세안이 실행되더라도 5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종전처럼 6~40% 세율이 적용되니 부담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부터 소득세율 인상이 실행되면 과세표준 10억원을 넘는 1만6000만명에게서 연간 9000억원 가량 세수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추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증세안이 당국의 계획대로 사회적 연대와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지가 회의적이란데 있다. 그동안 세부담을 줄여오던 추세를 뒤집은 것이나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최고소득세율 35.7%를 웃도는 상황에서 더 올리는 것도 무리한 부분이 없지 않다.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인데다 성장 동력도 약해지는 시기에 좀 더 가진 자들에게서 뜯어내 나눠먹자는 식으로 접근해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내년 소득세 최고세율 45%는 지난 1995년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25년 만에 다시 정점을 찍는 셈이다. 1995년 당시에는 과세표준이 6400만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을 적용했다. 그동안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만큼 최고세율 적용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연간 소득이 10억원을 넘는 부자가 많지 않으니 최고세율 인상 여파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아 크게 개의치 않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뜯기게 된 부자들이 이리저리 사회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초고소득자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흘러나온다. 결국 경제 생태계의 아랫 단에 있는 약자들만 보이지 않게 타격을 입는다는 게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국이 소득재분배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도 빈부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통계청이 내놨던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분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소득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세금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용상태가 결정적이어서다. 복지지출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분기별로도 조금씩 변동을 하는 만큼 수치가 약간 개선됐다고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부자 징벌로 불평등을 교정한다는 생각도 섣부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1949년 7월 정부 수립 직후 16단계로 세분한 4∼65%의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됐다. 그 후 1970년대까지 70%대에 달하는 최고세율이 매겨졌지만 점차 낮아져 2017년에는 40%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그러던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세법개정안에서 2018년부터 적용할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2%포인트 높인 데 이어 올해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3년새 2번의 최고세율 인상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거기에 부동산세 강화, 주식 양도세 등도 곧 활시위를 떠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국민들은 세부담이 확 늘어난 나라에서 훨씬 큰 짐을 지며 살아가게 됐다. 내년부터 경제 주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보다 세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될 지도 모르겠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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