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둘러싸고 변리사단체에 세무사·노무사단체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변호사 직무 범위를 놓고 변리·세무·노무사 단체가 반발한 이유는 지난 8월 변호사단체가 '변호사법 개정 추진' 움직임을 보인 것과 연관이 깊다. 특허변호사회는 그달 11일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총회 때 "변호사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변호사의 직무 범위가 타 법률에 의해 변경되지 않도록 '변호사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특허변호사회가 추진하는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변호사법 제3조에 각호를 신설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는 행위 및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 수행행위 ▲세무대리 ▲노무대리 ▲등기대리 등을 변호사의 직무로 구체화했다.
특허변호사회는 "변호사법 제3조가 규정하고 있는 '일반 법률 사무' 등 변호사의 직무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 그간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러나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 소위 유사법조직역의 법률에 세부 직무규정이 신설될 때마다 변호사의 직무 범위가 제한되는 등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을 더했다.
변호사단체의 이러한 움직임은 변리사단체뿐 아니라, 잠잠했던 세무·노무사단체의 반발까지 불렀다. 현재 '변호사 직무 범위'를 둘러싼 이들의 신경전은 현재 신문의 지면광고를 통한 여론전으로 번졌다.
변리·세무사단체는 지난 16일 한 일간지 신문 1면에 "변호사의 끝없는 욕심을 막아주세요'라는 광고를 실었다. 변호사단체도 곧장 17일 이 신문 1면에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주세요"라는 광고로 대응했다.
대한변리사회·한국세무사회·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지난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전문성 검증도 없이 모든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법 개정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변협은 법률사무에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세무사 및 회계사의 고유직역인 세무‧회계 업무를 위해 세무사법 개정을 왜곡·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노무대리 및 등기 대리까지 직무로 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지연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도 17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변협의 변호사법 개정 추진은 다른 전문자격사의 존재를 무시하고 변호사의 이권만을 생각하는 직역이기주의의 횡포"라며 이는 향후 변호사자격만 있으면 다른 전문자격의 취득 또는 별도의 전문성 검증도 없이 모든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모두 다 하기 위한 변협의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즉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예전에는 침범하지 않던 세무·노무 영역까지 변호사단체가 넘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변호사단체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조인선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는 지난 9일 대한변협신문에 특별기고를 통해 "그들이 속한 집단이 내가 속한 집단을 향해 '애초에 법에서 허용됐던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며 변호사의 숫자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우리가 충분한 교육연수 등 법률상 규정된 교육요건을 이수하고 6개월의 실무수습까지 거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두고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평가를 하는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조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이 글을 쓰는 현재의 현실은 점점 더 척박해져만 간다"며 "더군다나 이 싸움은 내가 먼저 걸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 의지로 멈출 수도 없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하나로 뭉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당장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며 "일단 변호사단체에서 눈에 띄는 '변호사법 개정안' 움직임을 보이면 변리사단체 등에서도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법 개정안 입법화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저들의 행보를 변리사단체를 비롯해 다수의 직역 단체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우승준 기자 dn1114@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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