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재·보선부터 내후년 대선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선거 정국에 '가덕도 신공항'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논란으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경남(PK) 민심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국책사업 이슈가 급부상한 것입니다.
길게는 2022년 대선지형까지도 흔들 수 있는 변수입니다.
"선거용 셈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교과서적인 해명과는 별개로,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유권자들의 표심에 맞춰진 모습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치공학과 맞물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경쟁했던 대구·경북(TK) 민심까지 고려해야 하는 야권과는 처지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가 오늘(17일) 오후 검증 결과 발표에서 김해신공항 사업의 안정성과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본격 추진하려는 분위기입니다.
특별법까지 발의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산 의원들을 중심으로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신공항 사전개항론까지 나오며 '신공항 속도전'으로 PK 민심 공략에 나선 모습입니다.
야권의 '미투 선거' 프레임에 걸려 열세로 예상되는 부산시장 선거전에서 신공항 이슈로 여권에 등을 돌린 민심을 되찾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2006년 동남권 신공항을 처음 지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이라는 점도 한껏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검증위 발표 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지난 2일 전당원 투표 결과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데 이어 4일 곧바로 부산을 찾았습니다.
당시 이낙연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의 속내는 상대적으로 복잡합니다.
일단 지도부는 지난 5일 부산 방문에서 가덕신공항이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구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책 사업 번복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경우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겠다고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부산·경남(PK)뿐만 아니라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권영진 대구시장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해신공항이야말로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를 위한 신공항이라는 것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이후 사업 용역 절차, 특별법 제정 등과 맞물려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계속 굴러갈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결국 동조해야 하면서도 사실상 여당의 성과로 부각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근 PK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면서 국민의힘의 고심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천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29.7%로 국민의힘을 제쳤습니다. 국민의힘의 부·울·경 지지율은 일주일새 34.2%에서 27.1%로 7.1%포인트 급락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