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백신 개발 소식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현금 비중을 줄이고 주식을 사라'고 언급해 글로벌 금융 시장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가 'V자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조언이다. 지난 주 화이자·바이오N테크에 이어 이번 주에는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4.5%라는 발표를 내자 뉴욕 증시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기대감이 갈수록 힘을 얻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IB 모건스탠리는 '2021년 시장 미리 보기'를 통해 달러화 가치 추가 약세를 점치면서 달러를 팔고 주식을 사들이라는 투자 의견을 냈다. 앤드루 시트 수석 자산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믿음을 가져라"면서 "각 국 지원책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가 꾸준히 회복해 정상화될 것이며 내년 주식 투자 환경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증시가 코로나 재확산과 미국 대선을 둘러싼 워싱턴DC 정가 갈등, 추가 부양책 지연 가능성 등 여러 변수로 출렁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안전자산보다는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현금과 정부가 발행한 국채 비중을 낮추고 주식과 회사채 투자 비중을 늘리라"면서 뉴욕증시 대표 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이 내년 말까지 기본적으로 3900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S&P500시세가 3626.91으로 마감한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53%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셈이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미국 달러 인덱스를 기준으로 한 내년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4%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미국 달러는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 하에서 대규모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주식 투자 매력이 높아지지만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입장에서는 원화 환산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오를 전망이다.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5%다. 국 재무부에 따르면 16일 해당 국채 수익률은 0.91%이다.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수익률은 오른다.
금 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기존에 1온스 당 1950달러로 예상했던 내년 금 값 전망치를 1825달러로 낮췄다.
내년 뉴욕증시가 상승할 것인 바 현금과 안전 자산 비중을 줄이고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라는 월가 IB 낙관론은 모건스탠리 뿐이 아니다. 앞서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지난 주 JP모건은 S&P500이 내년 초 4000선에 달하고 내년 말에는 4500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말 4300을 제시했다. 다만 월가 IB 주요 3사는 공통적으로 내년 1월에 결론이 나올 연방 상원 선거와 민주당 발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뉴욕증시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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