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본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해 "사무총장 선출 최종 단계는 투표가 아니라 최종 후보를 놓고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건설적인 협의를 하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며 "사퇴는 1, 2단계에서 그다음 단계에 진출할 후보를 결정할 때 하는 것이고 3단계에선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컨센서스(의견일치)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164개 회원국의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뒤처져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또 유 본부장은 "실제 표 차이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지금까지 WTO 의장단에서 표 차이를 공개하거나 말한 적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표 차이는 공신력 있는 근거가 아닌 만큼,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을 비롯한 15개국이 최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무역장벽을 더 쌓는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자유무역을 확산시키고, 다자간 무역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주도의 RCEP에 대응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우방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할 것 같다"며 "RCEP과 TPP는 아시안 태평양지역의 무역 자유화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RCEP 견제를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CPTPP와 RCEP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무역체제를 지향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며 "필요하다고 느끼면 (TPP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지금 결정할 시기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본부장도 이날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시장을 개방하고, 규범을 선진화하면서 발전해온 국가로 서로 양립하는 FTA에 대해 국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국익에 맞게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일부 언론이 유 본부장의 외교부 장관 발탁 가능성을 보도한 데 대해선 "전혀 뜻밖의 뉴스였다"고 말했다.
[한하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