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거침없는 외국인 이달 4.7조 순매수…"연내 최고치 돌파 가능"
입력 2020-11-16 17:44  | 수정 2020-11-16 19:30
16일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2500선을 회복하고, 달러당 원화값은 1110원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시세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식이 이뤄지면서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았다. 지난주 한국 증시는 전 세계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와 맞물린 외국인 매수세 유입 덕에 연일 '연고점'을 기록했는데 이번주에는 반도체 부문 외에 RCEP 서명에 따른 관세 철폐 효과로 철강·가전·자동차부품 부문을 중심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투자자들 기대가 두드러진다. 외국인 매수가 밀려드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조7485억원, 기관이 721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5조4134억원을 순매도했다. 16일 한국 증시에서는 개장 직후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쇄도하면서 반도체 부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철강 대장주'로 통하는 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이 빠르게 올라 투자 기대감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91% 오른 6만63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지난 13일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9.25% 오른 9만8000원에 마감해 전고점(올해 2월 27일 10만50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3.44%)과 동국제강(6.27%)을 비롯해 포스코(1.27%)도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였다. 전날 RCEP 정상회의 서명식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부문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투자자들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가증권시장이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저금리와 유동성뿐 아니라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속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저효과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8년과 달리 지금은 아직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지 않았다"면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면 추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올해 저평가됐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실적 장세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 은행·석유화학·철강·조선주가 저평가 대형주에 해당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자산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760선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800을 제시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께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RCEP 등 추가 호재가 나오고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올해 사상 최고점(2018년 1월 29일 2589.19) 돌파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와 반도체 강세를 감안하면 연내 최고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RCEP 서명은 추가 호재다. 최대 40%에 이르는 14개국 관세 장벽이 단계적으로 낮아져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이 수혜 업종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인도 참여 여부와 중국 역할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입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협정 참여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면서 "업종 관점에서는 관세 철폐 대상 주요 산업인 철강·자동차·석유화학·기계·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주 대비 가치주 우위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반도체가 상승세를 이끄는 분위기"라면서 "RCEP 서명에 따른 아세안 등 해당 권역 무역 증가라는 기대 효과가 투자심리를 이끌 만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도·중국 간 갈등 기류 탓에 아시아 주요 시장인 인도가 이번 RCEP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입장에서 인도 수출 비중이 3% 남짓이었다는 점에서 인도 불참이 크게 아쉬울 만한 부분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에는 긍정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빨리 반영됐다"며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져 연말 소비 시즌 재봉쇄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조정 변수"라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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