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비 박스 앞 영아 유기·사망 사건과 중고물품 거래 앱에 신생아 입양 글을 올린 사건 등을 계기로 정부가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오늘(16일) 미혼모가 출생 신고할 때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청소년에게 임신·출산을 사유로 한 휴학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영아 유기나 살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등에서 친모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일부 유럽국가에서 채택한 방식으로, 독일에서는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 서류 등에 친모의 이름을 가명으로 기록하고 아이가 태어난 날짜, 장소 등만 명시합니다.
아이가 자라 15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친모가 동의해야 정보가 공개됩니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청소년 산모의 나이를 만 18세에서 만 19세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 안이 실현되면 만 19세 산모도 연간 120만 원 가량의 청소년 산모용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만 19세 산모에게는 일반인과 같은 연간 60만 원의 의료 지원비가 지급됩니다.
정부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포함해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가족, 사회와 고립된 미혼모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임신 초기부터 임신·출산과 관련된 가족 간 갈등 상담과 의료비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가족상담전화에서 제공하는 24시간 '임신·출산 갈등상담' 서비스는 전화와 인터넷 외에 카카오톡 상담으로도 확대합니다.
청소년상담전화 1388에서는 임신·출산 관련 상담을 함께 제공하고 가족상담전화와 미혼모부 거점기관으로 즉시 연계해 줍니다.
여가부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새 법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한부모 가족이 입소해서 지낼 수 있는 복지시설에 대해 입소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소득 기준은 기존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완화합니다. 기존 기준에서는 최저시급을 받는 사람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 시설 입소가 안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가부는 시설 입소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한부모를 위한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관련 시설에서 무료로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업훈련기관도 연계 하는 등 혜택을 확대합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임신과 출산을 사유로 한 유예와 휴학을 허용합니다.
또 각 학교에서 대안교육 기관을 안내하고 전국 미혼모 거점기관과 연계해 청소년 미혼모가 즉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미혼모와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건강'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보다 가치 중립적인 명칭으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중·고등학교를 배정할 때 부모의 혼인, 별거, 사별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의 미혼모자립매장 '카페 인트리'를 찾아 미혼모들에게 이번 대책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이 장관은 "정부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미혼모 등 한부모의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자립 등 단계별 지원을 더욱 촘촘하게 챙기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한 주체로서 존중받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미혼모는 21만 명, 미혼부는 7천82명입니다. 이 중 24세가 안 된 미혼모는 전체의 8.4%인 1천7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발생한 영아유기는 모두 1천272건으로 연평균 127명의 영아가 버려졌습니다.
같은 기간 영아 살해는 모두 110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년 11명의 아기가 타살로 삶을 마감한 셈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