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개최해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의 연 24% 수준에서 연 20%로 인하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는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사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백혜련 법사위 간사, 김병욱 정무위 간사, 한병도 정책위 제1정조위원장,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 오영훈 당대표비서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 홍정민 원내대변인이, 정부 측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참석했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금융회사)과 이자제한법(사인간 거래)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인하를 거쳐 2018년부터 연 24%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각각 연 27.9%, 연 25%로 명시돼 있다. 다만, 시행령에서 최고금리가 모두 연 24%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 상한이 연 24% 수준이라는 얘기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연 10%까지(더불어민주당 문진석, 김남국)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최근 저금리 기조와 서민부담 경감 차원에서 인하 논의를 진행해 왔다. 보다 앞서 현 정부 역시 국정 과제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당정은 이자경감 효과와 금융이용 축소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 20% 수준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대부업법 등의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 등을 고려,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적용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료 제공 = 금융위원회]
당정은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내년 하반기 적용되면 연 20%를 넘는 금리로 대출을 이용중인 239만명(올해 3말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할 것으로 예상했다.반면, 나머지 약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이중 약 3만9000명(2300억원)은 불법사금융 이용 가능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일련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66%→연 24%)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라 왔다.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저신용자 대상 대부업체 대출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이는 대출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컨대 대부업 큰 손으로 알려진 산와머니(산와대부)는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이런 여파로 대부업 신규 대출 승인율은 현재 10% 안팎에 머무른다. 기존 대출의 관리와 회수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연체 등 부실 위험이 큰데 현재 이자율 수준으로는 역마진이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민 대상 햇살론 브로커까지 등장할 정도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대출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해 대부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 불법사금융 시장을 더 키우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부터인 만큼 대부업체들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잘 인식하고 있는 당정 역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저신용·서민 등의 금용이용 감소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몇가지 조치도 이날 내놨다.
우선 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상품(햇살론 등) 공급을 확대하고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민간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차주를 구제하기 위해 연간 2700억원 이상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불법사금융 근절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피해구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당정은 또한 민간 부문에서는 저신용·서민에 대한 신용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저신용·고금리 금융업권 경쟁력 제고'의 하나로, 저신용 서민 대상 신용대출 공급 모범 업체에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서민 시장에 대한 대출 공급을 담당하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 조치가 소급적용될 경우 수익성 악화 등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4%포인트 인하될 경우 초과 대출수요를 추정한 결과, 약 3조원의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을 524만7000원으로 본다면 약 60만명의 초과수요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약 60만명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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