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시장이 고가와 중저가 시장으로 빠르게 양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격 상위 10%와 하위 90%(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이하 하위 90%)의 가격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월세거래가격 상위 10%의 평균 가격은 238만1000원으로 하위 90%의 61만2000원에 비해 3.8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상위 10% 월세 거래 평균가격은 2018년 232만2000원, 2019년 230만6000원에서 올해 238만1000원으로 높아진 반면, 같은 기간 하위 90%는 2018년 65만원, 2019년 65만2000원, 2020년 61만2000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주택임대차 2법 시행 전후 아파트 월세거래가격은 상위 10%가 시행 이전 215만3000원에서 시행 이후 240만3000원으로 크게 높아진 데 비해 하위 90%는 시행 이전 62만2000원에서 이후 58만3000원으로 되레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보증금 평균가격 추이 [자료 = 국토부]
상위 10%와 하위 90%의 평균 보증금도 올해 8704만원(상위 10% 2억6127만원·하위 90% 1억7423만원)까지 벌어졌다. 상위 10%는 월세와 보증금이 같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하위 90%는 보증금이 낮아지면 월세는 소폭 높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지역적으로는 2017년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상위 10% 비율이 증가하면서 매매시장의 고가 아파트 시장 확산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2법 시행 후 임대차 시장의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월세 시장에서 상위 10%는 월세가격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 반면, 하위 90%는 가격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월세거래가격이 소폭 낮아졌다"면서 "임대차2법과 월세거래가격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나타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표면상으로는 적어도 하위 90%의 거래가격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이어 "고가 월세를 지불할 수 있는 수요가 한정된 만큼 일반적 임대차 시장과 분리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월세시장의 양극화와 지역적 편중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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