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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내퍼 美국무부 부차관보 "한미일, 反中 목소리 낼 책임 있어"
입력 2020-11-15 16:35  | 수정 2020-11-22 16:36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의 적극적인 반중연대 참여를 촉구했다. 중국에 공통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얼어붙은 한일관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13일 동아시아연구원(EAI)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미중 경쟁 속 한미 협력의 신(新)지평'이라는 주제로 공동개최한 웨비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등 역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신장 위구르, 홍콩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중국에 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무역관계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중국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당당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자유를 위해 미국, 한국, 일본과 같은 국가들이 목소리를 높일 책임이 있고 이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내퍼 차관보는 반중연대 강화를 위한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양국이 역내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역사문제를 풀고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퍼 차관보는 "우리 세 나라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라며 "그래서 우리는 서로 잘 지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중재자로 나서는 것을 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과 일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미국이 한미일 3국 관계의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북 핵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의)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몇 달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싱가포르 성명의 정신을 구현하고 실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 바이든 인수위 합류한 정박, "韓中美 3자대화 정례화해 북핵문제 풀어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정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이날 웨비나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 대북전문가인 박 석좌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중미 3국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석좌는 "중국은 당분간 한반도의 안정 유지를 추구할 것"이라며 "북한 제재 완화, 미국이나 한국의 군사 훈련 제지, 북한에 대한 인권 위반 비판 자제 등과 일종의 (북한) 안보 보장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한미공조 약화 또는 군사력 감소와 같은 중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방주의 대신 다자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 중국과 삼자 대화에 착수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과 중국에 모두 '재앙(disaster)'이 될 것이며, 양국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북핵이 미중 간 협력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하며, 북핵이 공통의 안보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국가안보 핑계로 지나친 경제 규제는 피해야"..."에너지협력 통해 美·中 갈등 해소할 수 있어"
이날 웨비나에서는 미중 갈등구도 속에서 미국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국가안보를 구실로 도 넘는 경제 규제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국가안보 보호를 앞세워 관세 및 수출 제한을 남용하지 말고 소위 '작은 마당에 높은 울타리(small yards with high fences)', 즉 국가안보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기술 몇 가지에 대해서만 강한 규제를 하되 무역, 투자, 공동연구 등 다른 분야는 개방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레야 솔리스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센터장은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같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 조치가 아닌,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행동이나 안보 리스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겠다"며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암시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달러 선임연구원은 "국제 규범에서 벗어난 중국의 무역관행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경제와 완전히 탈동조화되는 것은 비용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에도 엄청난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중 디커플링을 방지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상당하다"며 "한국은 미중 디커플링이 동맹국에 끼칠 여파를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미중갈등 구도의 돌파구를 '에너지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친환경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협력을 통한 미중 긴장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만다 그로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에게 중국과 한국은 각각 전 세계 LNG 수입량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라며 "탈석탄 정책 추진으로 지속적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과 중국에게 LNG는 비용 측면에서나 수입국 다각화 측면에서나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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