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유국의 꿈` 동해가스전 화석연료 무덤으로 변신
입력 2020-11-14 14:00 
천연가스를 뽑아 낸 뒤 비어 있는 지하 공간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사업이 추진 중인 동해가스전. [사진 제공 = 한국석유공사]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만들어 준 동해가스전이 온실가스 저감 전진기지로 현역 연장을 시도한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고, 생산이 종료되면서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시설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동해가스전 지하 공간을 활용해 포집된 온실가스를 주입하는 사업(CCS·탄소 포집 및 저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석유공사는 오는 2022년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가스전 지하 공간에 매년 40만t씩 30년간 온실가스를 주입하면 총 1200만t의 온실가스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해가스전은 생산이 종료되면 수소를 생산하는 해상 플랜트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동해가스전 인근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천연가스를 뽑아 낸 뒤 비어 있는 지하공간에 저장한다. 인근 울산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도 저장한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 각 국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파리협약에 따라 전 세계는 현재 연간 배출되는 온실가스 350t을 2050년까지 100억t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3억1000만t의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석유공사의 CCS 사업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지하 공간 확보인데 2년 뒤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가스전의 지하 공간은 유력한 후보지이다. 석유공사는 CCS 사업 실증을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울산 해안 동남쪽 58㎞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해가스전은 2004년 7월 우리나라 땅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1일 34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인 50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와 자동차 2만대 분이 사용 가능하는 1000배럴의 초경질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2022년 6월 생산을 종료한다.
하지만 동해가스전 CCS 사업이 성공하면 동해가스전은 그린 에너지 전진기지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다. 동해가스전을 중심으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수소 생산, 온실가스 저감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추진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국내 대륙붕과 해외 유전 탐사, 시추, 생산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지질학적 경험과 기술력으로 CCS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그린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등 미래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