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람 잘 날 없는 檢 특활비, 이대로 사라질까
입력 2020-11-14 11:00  | 수정 2020-11-21 11:06

바람 잘 날 없는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대검찰청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들여다본 후 "결국 검찰 특활비를 없애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이는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동의한 바"라고 말했다.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 검찰의 특활비는 '구시대의 유물'이니 영수증을 남기는 특정업무경비로 대체하자는 것이 백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특활비는 비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쓰이는 수사비이므로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특활비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활비란 일반적으로 영수증 없이 집행 가능한 공공기관의 예산을 가리킨다. 주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쓰인다. 말 그대로 공공기관의 수장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다. 사실 '특활비 폐지론'이 불거지면 타격을 받는 곳은 검찰보다는 국정원과 국방부다. 국정원은 간첩 수사라든가 여러가지 기밀사항이 많아 수천억원 특활비를 쓰고 있고, 국방부는 약 1100억원의 특활비를 배정받았다. 국방부는 국정원을 제외하면 정부 부처 중 가장 많다. 이에 비해 검찰은 100억원 내외 수준이다.
검찰 특활비 논란은 2017년 말에도 있었다. 2017년 국정원 청와대 특활비 상납 의혹이 커지자 덩달아 검찰 특활비도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다만 2017년말 검찰 특활비 논란은 야당(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반면, 이번에는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점은 다르다.
지난 2017년 11월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특활비를 법무부에 상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제원 의원은 "검찰이 인사권과 지휘권을 쥔 법무부에 국민들께서 수사 잘 하라고 마련해준 특수활동비의 절반(105억)을 갖다 받쳤다"며 "이것이 바로 '뇌물'"이라고 말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얼마를 상납했는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얼마를 상납받았는지 분명히 밝히라는 얘기였다.

2017년 때에는 법무부가 검찰에게 특활비를 주면, 검찰이 일부를 법무부에 다시 상납하는 구조였다. 법무부와 검찰이 특활비를 두고 '사이좋게 나눠쓰는 관계'였던 셈이다. 국회가 이 구조를 지적하자 그 후 법무부는 검찰이 쓸 특활비만을 따로 떼어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특활비는 매년 줄고 있다. 검찰 특활비가 약 20년 전엔 200억원이 넘었지만 2017년 178억원 이후 절반 가량 깎였다. 올해 법무부를 통해 검찰(대검)에 간 특활비는 94억원, 내년에는 84억원이다. 앞으로 검찰 특활비는 줄면 줄었지,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해볼 때 법무부가 최근 여당을 앞세워 검찰의 특활비를 지적한 것은 법무부의 '자충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특활비는 법무부로부터 받아서 쓰는 금액이므로 결국 법무부의 책임"이라며 "오히려 수사를 하지 않는 법무부가 올해 10억원이 넘는 특활비를 쓴 게 수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대검찰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일선 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그동안 기재부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뒤에 대검찰청에 지급했고, 대검찰청이 이를 일선 지검에 배분했다. 앞으로는 법무부가 직접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일선 지검에 예산을 지급하듯이 특활비도 그렇게 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무부가 직접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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